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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작품과 만났다]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위화, 열 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다

우리가 상대방을 대할 때, 모두에게 똑같은 잣대를 갖고 바라봐야 하지만, 언제나 그들은 각각 다른 숫자를 보여줄 것이고, 거기에는 반드시 그 다른 숫자만큼의 원인이 있음을 알고 바라본다면, 좀 더 넉넉한 세상이 될까….
 
천하를 호령했던 역사 속 중국이 무색해지도록, 가끔 이해가 어려운 요즈음의 중국을 보는 시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에 관해 진지한 성찰을 주는 책이 있으니, 루쉰과 더불어 중국 근현대문학사의 2대 문인이라 불리는 항저우 출신 작가 위화의 에세이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이다.  
 
작가는 10개의 단어 인민, 영수, 루쉰, 독서, 글쓰기, 혁명, 차이, 풀뿌리, 홀유, 산채를 통해 자신의 성장기였던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 전체에 치명적인 손실을 낸 문화대혁명과 그 이후 불과 30여 년 만에 사회 경제적으로 일군 엄청난 성장 이면에 감춰진 폭력과 혼란을 직접 경험한 대로 적어, 처절했던 중국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에세이’임에도 소설보다 더 절절히 읽히는 마력이 있다. 어쩌면 그렇게나 잔혹, 비인간성, 몰상식, 가난 속에 패대기쳐 뒀을까…인민들이 이렇게 살아왔구나…를 참담하게 마주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지금도 금서로 되어있다는 이 책에서 제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첫째, 문화대혁명으로 책들이 말살당해 마오쩌둥 선집과 어록만 달랑 남아 있던 그때, 책 읽기에 목마른 작가가 어렵사리 구한 책들이 앞뒤가떨어져 나가고중간 부분만 있어서, 상상으로 앞뒤를 완성하곤 했고, 어떤 책은 읽고 돌려주기가 아쉬워, 친구 한 명과 한 날 한 밤을 꼬박 새우며 필사했는데, 그 책이 나중에 알고 보니 ‘춘희’였다는 이야기! ‘도입부나 결말을 알 수 없는 소설을 읽은 것이 상상력 훈련법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하는 작가를 보며, 오늘날, 우리 앞에 홍수처럼 널려있는 그 많은 읽지 않은 읽을거리에 얼마나 예의가 없는지. 미안함과 감사함이 동시에 일었다.  
 
둘째로, 누구는 자기 피를 팔고, 누구는 그 피로 떼부자가 되는 극심한 빈부 격차…유채 기름을 나라에 상납하고 받은 유표를 아끼고 아껴, 결혼자금에 쓰려고 몰래 팔다가 같은 인민 검열원에게 피범벅이 되게 맞고, 유표마저 빼앗겨버린 사람들의 가난한 눈물…어제의 지주가 죄도 없이 하루 만에 총살을 당해도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흘러갔다는 사실들이 황망했고,
 
셋째로, 가짜뉴스를 발표해도 법률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이를 속인다는 뜻을 내포한 단어인 ‘홀유’… 그리고 표절, 모방이라고 불리는 ‘산채’가 사회 곳곳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바람에,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자체적으로 어렵게 하고 있어서, 가짜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고 있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중국에 대해 품고 있는 의아함의 근본 원인인지 유추하게 되는 “타인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었을 때, 나는 진정으로 인생이 무엇인지, 글쓰기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나는 중국의 고통을 쓰는 동시에 나 자신의 고통을 함께 썼다. 중국의 고통은 나 개인의 고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이다. 감춰둬도 될 모국의 취약점을 작가 정신과 애국심과 연민에 기대어 세세히 묘사해낸 수고에 박수를 보낸다.
 
그의 소설, ‘인생’은 장예모 감독의 손끝에서 수려한 영화로 태어났지만, ‘허삼관 매혈기’나 ‘형제’도 꼭 읽어보고 싶다. 어떤 앎일지 벌써 침이 삼켜진다.

박영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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