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이 아침에] ‘사죄’ 그 한 단어의 무게

‘사죄’라는 그 단어 하나,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지난 6일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발표한 후 일본 정부의 반응을 취재하면서다. 일본의 ‘호응 조치’로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한 역대 담화를 계승할 것이란 예측이 있었기에 예상 멘트까지 머릿속에 작성해 놓았다. 하지만 이날 국회 질의응답 중 나온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첫 반응은 이거였다.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왔고, 앞으로도 이어가겠다.”
 
역사에 대한 어떤 내각의 어떤 인식을 이어가겠다는 것인지 의도적으로 흐린 답변. 이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상의 정부 공식입장 발표에선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로 조금 구체화됐다. 그러나 당시 선언에서 오부치 게이조(小??三) 총리가 밝혔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는 입 밖으로 절대 내지 않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자, 이 정도면 됐니? 라는 태도, 듣는 쪽이 오히려 모멸감을 느끼는 ‘사과 아닌 사과’였다.
 
징용 문제를 둘러싼 갈등 수습 과정에서 일본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이 요청했던 두 가지의 호응 조치 중 하나인 피고 기업의 배상 참여는 ‘이미 배상은 끝났다’고 주장해온 일본이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 있다. 남은 하나가 ‘사죄’ 표명이었고 그조차 과거 담화에서의 사죄를 계승하는 방식으로까지 레벨이 낮아졌다. 그런데도 이 정도로 인색하게 굴어야 하는 걸까. 한국 정부는 이럴 줄 알면서도 “하나는 받아냈다”며 서둘러 해결 방안을 발표한 것일까.
 
아직 시간은 있다. 16일 도쿄에서 열리는 정상회담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기시다 총리는 ‘사죄’를 입에 올리지 않을 예정이라 한다. 지지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사죄 표현을 극도로 피하는 이유는 “새로 사과를 표명해도 한국이 다시 뒤집을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선심 쓰듯 하는 ‘간접 사과’는 우려의 현실화 가능성을 높일 뿐이다. 사과에 그토록 반대하는 보수 세력의 정신적 지주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도 2015년 발표한 담화에서 “다음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은 세대를 넘어 과거 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겸허한 마음으로 과거를 계승하고 미래로 넘겨줄 책임이 있다”고.

이영희 / 도쿄특파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