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위기의 메디케어 증세만 해법 아니다
병원비만 비싼 게 아니다. 약값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해외 치료’로 눈을 돌리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 한인들이 건강검진이나 급하지 않은 수술을 위해 한국에 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의료적 이유로 멕시코를 찾는 미국인이 연간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조사도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의료 체계와 병원,보험사,제약사의 폭리를 의료비 상승의 이유로 꼽는다. 문제는 원인은 아는데 한 방에 해결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 카르텔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산층이다. 저소득층은 메디케이드(가주는 메디캘)나 오바마케어 혜택으로, 고소득층은 비싼 건강보험 가입으로 걱정이 해결되지만 중산층은 기댈 곳이 없다. 그러니 65세가 돼 메디케어 혜택을 받기 시작하면 “이젠 한시름 놓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메디케어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기금 부족이 문제다. 현 상태라면 2028년에는 메디케어 트러스트 펀드(Medicare trust fund)가 바닥날 우려가 있다고 한다.
메디케어는 자격이 되는 65세 이상 시니어와 장애인들에 제공되는 의료 혜택이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국(CMS) 자료에 따르면 현재 메디케어 수혜자는 6500만 명, 연간 예산 규모도 9000억 달러에 달한다. 연방정부 전체 예산의 7.5% 이상이 투입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고령화와 수명 연장으로 수혜자는 늘고 의료비는 오르면서 기금 고갈의 상황에 부닥쳤다.
지난 7일 뉴욕타임스(NYT)에는 이색 기고문 하나가 실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다름 세대를 위한 나의 메디케어 연장 계획(My Plan to Extend Medicare for Another Generation)’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메디케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소득층의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며 공화당의 지지를 바란다는 내용이 골자다. 연 소득 4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메디케어 세금 세율을 기존 3.8%에서 5%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안이 시행될 경우 2050년까지는 현재 혜택 수준으로 메디케어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내용은 바이든 대통령이 9일 공개한 2024회계연도 예산안에 담겼다.
세금을 올리겠다는데 공화당 측이 찬성할 리가 없다. 공화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즉시 말도 안 된다며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 안이 통과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공화당은 메디케어 개혁을 들고 나왔다. 지금의 운영 시스템으로는 낭비 요소가 너무 많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서비스를 줄이고 방만한 운영을 효율화하면 굳이 추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 지적되어야 할 사항은 불법·편법 행위로 인한 손실이다. 종종 메디케어 치료를 허위 또는 과다 청구했다 적발된 사례가 알려지지만 실제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전문 단속기관의 분발이 필요하다.
메디케어는 사회보장연금과 함께 시니어들에는 필수 안전망이다. 당연히 시니어들은 제도 변화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세금을 올려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든, 운영 효율화로 낭비를 줄이든 혜택의 유지 내지 확대를 원한다.
미국의 정치 시계는 이제 2024년 대선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바이든의 증세 안으로 메디케어 이슈가 대통령 선거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용’ 대신 수혜자를 위한 공방이 되어야 한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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