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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읽는 세상] 공짜 에너지의 꿈, 음악이 되다

오스트리아 작곡가 요한 슈트라우스의 작품 중에 ‘무궁동(無窮動·끊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움직임)’이라는 것이 있다. 원제목은 ‘Perpetuum Mobile’인데, 본래는 ‘영구기관’이라는 무한동력 에너지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영구기관은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영구기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영구기관에 도전한 사람들은 평형이 유지되지 않는 바퀴를 이용해 영원히 회전하는 엔진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균형 상태가 운동을 일으키고, 이 운동이 다시 새로운 불균형 상태를 만들어 결국 영원히 바퀴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에너지가 그 형태를 바꾸거나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로 옮겨가도 전체 에너지의 양에는 변함이 없다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에 의해 실현 불가능한 것임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렇게 현실적으로 무모한 과학적 호기심이 예술가들에게 참신한 영감을 주는 경우가 있다. 영구기관의 이미지를 음악으로 풀어낸 ‘무궁동’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요한 슈트라우스 외에도 많은 작곡가가 ‘무궁동’이라는 곡을 썼는데, 여기서 작곡가들이 주목한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체’의 이미지였다. ‘무궁동’에서는 4분음표를 잘게 쪼갠 16분음표 혹은 32분음표의 짧은 음들이 규칙적인 박자에 맞추어 빠르게 움직이면서 같은 음형을 반복한다. 듣고 있으면 음악이 영원히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래전에 과학적으로 폐기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기가 영구기관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특허청에서는 영구기관의 특허 등록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허황한 꿈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오려는 것은 위험하다. 꿈은 그냥 꿈일 뿐 공짜 에너지의 꿈은 현실이 아닌 음악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진회숙 /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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