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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무슨 재미로 사나요?

한 여론 조사 매체가 ‘무슨 재미로 사나요?’를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순위는 여행 다니는 재미, 돈 버는 재미, 아이 키우는 재미, 일하는 재미 순서였다고 한다.
 
요즘 패트리샤 슐즈의 ‘당신이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1000곳’이란 책을 읽고 있다. 가지 못하니까 글과 사진으로라도 구경하고 싶어서다. 다행히 나는 하와이 주 정부 노동청 직업안전 관리 검사원으로 7년을 일하면서 카와이, 마우이 등 여러 섬으로 출장을 다녔다. 건축 공사장의 안전관리를 검사하면서 덤으로 관광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장은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 위치한 천문대의 건축 공사장 검사였다. 해발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갔다. 구름과 안개로 뿌연 태평양과 수평선을 바라보며 북한의 어머니를 가슴 속으로 불러보았다. “이 아들은 어머니의 기도 덕분으로 대한민국을 거쳐 미국에 와서 편안히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 임종을 해드리지 못해 미안해요.”  
 
이후 캘리포니아의 국방군수조달청 서부지역 계약 관리 본부로 자리를 옮겨, 서부 지역에 널려있는 국방산업 업체의 안전관리를 감사하기 위해 많은 출장을 다녔다. 국방산업과 연계된 업체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 가운데 가장 큰 업체가 보잉이다. 나는 보잉 회사로 자주 출장을 다니면서 관광도 즐겼다.
 
돈 버는 시기는 지나갔지만, 돈 받는 재미는 있다. 전에는 연금이 월초에 입금이 되었는데, 요즘은 한 주 전에 입금이 된다. 기왕 줄 것이니까 일찍 주는 선심이다. 하루도 늦지 않고 꼬박꼬박 보낸다. 정부가 효자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아이 키우는 재미도 지나갔다. 약 10년 전 손자를 키운 게 마지막이었다. 결혼을 한 둘째 딸이 아이 낳을 생각을 하지 않아 우리 부부는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우겼다. 딸은 우리가 키워준다는 다짐을 받더니 커피와 콜라까지 끊고 아들을 낳아 집으로 데려왔다. 그래서 손자가 유치원 갈 때까지 키웠다. 아빠를 닮아 유머가 있었다. 한국말로 ‘아이고!’가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Oh My God!’이라고 해서 우리를 웃기기도 했다. 딸이 손자가 자기에게 ‘Kun il na!, Kun il na!’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아내가 손자를 데리고 집 앞을 걷다 손자가 도로 쪽으로 가면 “큰일 나!, 큰일 나!”라고 말한 것을 들은 것이다.  
 
나는 은퇴한 지 거의 30년이 되었다. 일하는 재미는 지났지만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재미를 즐기고 있다. 요즘은 하이브리드 즉 모든 것을 혼합해서 만드는 시대다. 빵도 하이부리드로 만든다. 통밀가루, 찹쌀가루와 바나나를 섞어 반죽해서 빵을 구웠더니 빵떡이 되었다. 빵이 떡처럼 쫄깃쫄깃 맛있다.  
 
김치도 무를 납작하게 썰어 한입 크기로 자른 배추와 양념을 버무린 다음 물을 더 부었다. 물김치가 되었다. 나는 요즘 이 시원한 물김치와 빵떡을 먹는 재미로 산다.

윤재현 / 전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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