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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광야 여정 가는 모습

삶의 여정을 가는 각자 모습이 소중하다. 누가 대신 갈 수 없는 고유한 여정이다.  해마다 자신의 여정을 잠시 돌아보게 되는 사순절(The Lent)이 얼마 전 시작됐다. 이 시작을 알리는 예식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이라 명명한 데는 그 의미가 함축적이다. 소유와 안락을 목표로 걸어가던 삶의 시간을 잠시 놓아두고, 마치 재를 머리부터 온몸에 뒤집어쓰는 마음으로 자원하여 가장 낮은 자세로 내려가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병원에서의 이 상징적 기도예식은 메디칼 케어팀의 특징을 고려해 참여하게 된다. 근무팀이 바뀌는 시간에 맞춰 이른 아침부터 채플린의 순회 스케줄이 짜인다. 스피리추얼 케어를 담당하는 채플린 오피스는 각 층에 도착하는 예정시간을 알리고, 오후 마지막 모임은 환자가족과 응급환자 케어로 참석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채플모임으로 예식을 마친다.  
 
직원들을 위한 ‘재의 수요일’ 예식은 먼저 헬스케어 전문인으로서 환자를 돌보는 특별한 소명을 돌아보고 감사한다. 그리고 본래 재와 흙에서 생명의 호흡을 얻어 시작된 이 삶의 의미를 기억하고 다시 재와 흙으로 돌아갈 삶의 여정 위에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긍휼의 언약을 간구한다. 이 기도회 마침은 준비한 재를 참석한 직원들의 이마에 묻혀주는 것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도 삶의 여정을 겸허히 마음에 새기게 하는 예식이다.  
 
사실  40일 동안의 사순절 기간은 더 넓은 시각도 갖는 의미 있는 시간이라 보여진다. 우리 주변과 커뮤니티, 넓게는 후손들이 함께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는 이타적 시간이 될 수 있다.  
 


지난 3년여 기간의 코로나19 팬데믹은  많은 교훈을 남겼다. 또한 여전한 인종차별주의, 자원봉사 가치의 약화, 사회정의 부재, 의료 불공정, 총기폭력, 식품 윤리, 전쟁과 재난, 기후변화, 환경오염과 같은 공동과제 해결을 위한 기도와 관심의 리셋도 가능하다. 우리 후손들의 안락한 삶의 영위 여부가 현세대의 커뮤니티 의식과 관심에 달려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재와 흙으로 상징되는 사순절이지만 결국은 개인이나 인류가 목말라 하는 미래에 대한 시선을 새롭게 하고 그에 따른 행동의 시작을 알리는 예식의 의미가 매우 깊다.  철학자 솔엔 키르케고르가 던지는 질문과 연관된다. “당신의 삶의 기초는 무엇인가?”  삶의 의미를 자문하게 하는 피할 수 없는 실존적 질문 아닌가. 사순절은 각자 삶의 여정 가운데 주어지는 마음의 리셋 기회라 하겠다.  
 
기원전 6세기경 쓰인 한 시편의 울부짖음과 찬미를 통한 그 여정의 소리를 들으니 맥박이 요동하듯 한다. “주는 곤고한 자의 곤고를 멸시하지 아니하시며… 그 얼굴을 저에게서 숨기지 아니하시고 간구할 때 들으셨도다.”
 
이민자로서 걸어가는 이 곤고한 광야 여정에서, 지금 어디쯤 있던지, 각자 형편대로 40일의 리셋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함께 ‘재의 수요일’ 시선을 통해 실존적 모습과 약속의 언약을 동시에 보며 여러분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삶의 언약으로 풍성해지기를 기원한다.

김효남 / HCMA 디렉터, 미주장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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