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공연 제한’ 문화원장이 결정했다
“어두워 사고 위험 크다 판단”
학부모들 “탁상행정·복지부동”
문화원 “심의 할 것” 물러서
한인 학부모들과 공연단체들은 이해할 수 없다며 차세대인 청소년 정체성 함양의 중요성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원상회복을 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원은 지난해 12월부터 3층 아리홀 무대 공연은 18세 이상만 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문화원 측은 이동식 좌석 98석과 중앙 무대를 갖춘 아리홀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18세 이상 공연에 치중하기로 한 새 안전수칙 매뉴얼은 정 문화원장의 결정이다. 문화원이 아리홀에서 진행하는 각종 공연 기획부터 청소년 배제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정 문화원장은 “한국 본부가 이태원 사고 후 전 세계 문화원에 ‘공연장 안전강화 매뉴얼’을 작성해서 보고하라고 했다”며 “98석 규모의 아리홀 무대와 객석은 공연 때 어두워 사고 위험이 크다. (LA한국문화원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성인만 (아리홀)무대에 서도록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뉴욕한국문화원, 워싱턴DC한국문화원 측은 “이태원 참사 후 안전에 신경 쓰라는 공문이 내려온 것은 맞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자체 공연장이 없어 외부 공연장을 대관한다. 하지만 나이를 이유로 공연 참가자를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알려왔다.
한인 학부모들은 불만을 털어놨다. 3학년 자녀를 둔 박모(40대)씨는 “(문화원이)애먼 다리를 긁는 것 같다”며 “3층 아리홀에서 아이와 공연도 보고 했지만, 안전사고 위험이 얼마나 큰지 잘 모르겠다. 문화원은 한인 차세대와 미국 사람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려야 하지 않나. 이태원 참사가 무서워 청소년 공연은 아예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대 자녀 2명을 둔 김모(40대)씨는 “문화원 공연장 무대에서 아이들이 공연할 수 있다면 굉장히 ‘소중한 기회’”라며 “안전시스템을 갖추려 노력해야지 그런 기회 자체를 없애겠다는 발상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 공무원의 탁상행정과 복지부동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상해보상 등을 다루는 정대용 변호사는 “사고 가능성을 이유로 18세 미만은 무대에 올리지 않겠다는 발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한국 공무원의 복지부동 자세”라며 “안전사고에 대비해 피해보상 보험을 더 크게 들거나, 미비한 시설은 빨리 고치고 행사 때라도 안전관리 인원을 보충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 문화원장은 “18세 미만 무대 공연을 원천 금지한 것은 아니다”라며 “문화원이 기획하는 공연 주제에 청소년이 꼭 필요하면 자체 심의위원회를 열어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정 문화원장은 이어 “시설개선 및 안전관리 인력 확보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면 문을 더 열겠다. 문제 발생 시 공연장을 개조해 다른 시설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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