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문화산책]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꾸며

카터 전 대통령이 병원의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남은 시간을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면서 호스피스 보살핌을 받기로 했다는 뉴스를 읽고, 여러 생각이 오갔다.
 
98세이니 천수를 누린 셈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벼슬자리에 올랐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말년을 보람차게 보냈고, 노벨평화상 수상의 영예까지 누렸고, 두루 존경받는 성공적 삶을 살았으니 큰 여한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죽음은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죽음은 삶의 끝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 피할 수 없다. 그래서 무섭다.
 
그 마지막 순간을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사랑 안에서 평화롭게 맞이하고 싶다는 소망은 많은 울림을 준다. 
 
‘좋은 죽음’이라는 말이 성립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호스피스 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그런 현상일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의 선택은 스콧 니어링이나 지난해 2월26일 세상 떠난 이어령 선생처럼 스스로 택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은 이들을 연상시킨다. 잘 알려진 대로, 이어령 선생은 맑은 정신으로 글을 쓰고 싶어서 병원 치료를 거부하고 집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쓰고, 강연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를 통해 전했다. 몸이 너무 아파서 컴퓨터조차 다룰 수 없을 때는 육필로 글을 썼다. 그런 육필원고를 모은 것이 ‘눈물 한 방울’이라는 책이다. 그 책을 읽노라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난다.
 
스콧 니어링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따라 능동적이면서도 평화롭게 세상과 작별하는 아름다운 작별을 꿈꾸었다. 죽음을 피하지 않으면서, 의식이 또렷한 상태에서 삶과 죽음의 조화로운 경계를 맞이하고 싶어 했다.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기를 원했고, 어떤 의사나 약물의 도움도 받지 않았고, 어떤 진정제나 진통제, 마취제도 거부했다. 스스로 기꺼이 자연스럽게 목숨을 버리는 평화로운 작별을 꿈꾸었다. 스콧 니어링은 100세가 되던 1983년 서서히 곡기를 끊음으로써 천천히 평화롭게 세상과 작별했다. 그렇게 꿈을 이루었다.
 
그는 이렇게 부탁했다. 자신이 죽으면 수의가 아닌 평소의 작업복을 입혀 침낭에 넣어 빠르고 조용하게 화장해달라고, 어떤 장례식도 원치 않는다고, 오직 영혼만을 바라보는 땅의 나무 아래 자신의 재를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스콧 니어링이 한 달간 단식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은 부인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 사실적으로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헬렌은 남편의 죽음이 얼마나 아름답고 자연스러웠는지를 이야기한다. 곁에서 함께하며 남편의 의연한 죽음을 완성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 기사 덕에 스콧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책들을 꺼내서 다시 읽는 기쁨을 누렸다. 조화로운 삶과 아름다운 마무리를 진지하게 음미하는 것은 벅찬 기쁨이다. 내 누추한 삶의 모습을 되돌아 살피며 옷깃을 여미고, 부디 나의 마지막이 추하지 않기를 기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죽고 싶거든 잘 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생각하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긴다. “잘 보낸 하루가 행복한 잠을 가져오는 것처럼, 잘 살아낸 인생은 행복한 죽음을 가져온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