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요즘 ‘엄마’란 용어는 올바르지 않아”
정치적 올바름 확대 논란
동화 ‘찰리와…’ 일부 수정
학교에 성 중립 화장실도
한인 학부모들 “비약 우려”
최근 아동 문학의 거장 로알드 달(1916~1990년)의 작품 중 일부 용어가 수정돼 논란이다.
뉴욕포스트는 지난달 28일 “그의 작품이 다시 쓰이게 된 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때문”이라고 전했다.
정치적 올바름은 말의 표현이나 용어 사용 시 인종, 성별 등의 편견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자는 사상이다.
달의 대표작 중 아이들이 많이 읽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이런 이유로 부분적으로 수정됐는데, 일례로 ‘어머니와 아버지(mother and father)’는 ‘부모(parents)’로 바뀌었고 ‘소년과 소녀(boys and girls)’도 ‘어린이(children)’로 수정됐다. 또 소인족을 표현하는 용어도 ‘남성(men)’ 대신 ‘작은 사람(small people)’으로 고쳐졌으며 ‘뚱뚱한(fat)’은 ‘거대한(enormous)’이 됐다.
대표적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는 용어를 ‘성 중립(gender-neutral)’적 단어로 바꾼 것이다. 성별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주어지는 시대 가운데 전통적인 기준으로 성을 구분하는 것은 정치적 올바름에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특정 작품을 제삼자가 수정한다는 것은 본래 작가의 의도를 해친다는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LA타임스는 “달의 작품을 수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출판사는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며 “논란이 커지자 며칠 후 출판사는 달의 오리지널 버전 작품도 그대로 보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정치적 올바름의 추구는 가주 공립학교로도 퍼지고 있다.
가주 상원 조시 뉴먼(29지구) 의원은 지난달 22일 가주내 모든 공립학교(K-12)에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성 중립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SB76)을 발의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가주는 공립학교에 성 중립 화장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최초의 주가 된다.
뉴먼 의원은 “LGBTQ 학생이 차별, 폭행 등 괴롭힘을 당하는 비율이 이성애자 학생들 보다 두 배가량 많다”며 “성 중립 화장실 설치로 LGBTQ 청소년들의 괴롭힘과 정신 건강 문제가 해결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토니 서먼드 가주 교육감도 “우리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이 법안은 앞으로 다른 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학부모 최일영(42·풀러턴) 씨는 “성 중립 화장실이 꼭 안전하다고 볼 수 없으며 그것을 반대하면 마치 성 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게 싫다”며 “생물학적으로 남녀를 구분하는 것을 차별로 여긴다는 건 그야말로 비약”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올바름의 강조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로까지 확산한다.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에 대해 행동, 발언 등을 고발하고 집단적 비판을 가해 해당 인물의 직업 또는 사회적 지위까지 잃게 하는 21세기형 비평 문화다.
일례로 디즈니의 유명 만화 ‘피터팬’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전한다는 비판 때문에 ‘What Made the Red Man Red(붉은 사람을 붉게 만드는 것)’ 노래가 삭제되기도 했다.
워너브라더스사는 유명 만화 캐릭터 스컹크 ‘페페’가 검은 고양이 페넬로페를 스컹크로 착각하고 구애하는 행위가 강간을 방조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에 아예 캐릭터를 없애버렸다.
아이들에게 널리 알려진 그림책 ‘닥터 수스(Dr. Seuss)’도 일부 책은 판매가 영구 중단됐다. 아시안 비하 등 인종차별적 요소가 그림으로 일부 묘사됐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김정윤(37·어바인) 씨는 “닥터 수스의 경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인종적으로 불쾌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언론 등에서 문제라고 하니까 그렇게 보이기도 한다”며 “한편으로는 모든 게 이념적이고 양극화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치적 올바름 논쟁은 사회 정의를 위해 반드시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과 자유로운 생각과 표현 등을 억압하는 행위라는 의견으로 분분하다. 양측이 결론을 내는 건 어렵다. 올바름의 절대 기준은 보기 나름이라 그렇다.
장열 기자ㆍjang.yeol@koreadaily.com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