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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시니어 스토리] "전쟁 없는 세상이 될 수 없을까"

40년 자영업 강상욱씨

강상욱씨와 부인 강연실(오른쪽)씨.

강상욱씨와 부인 강연실(오른쪽)씨.

지난 38년간 팜스프링스 인근 코첼라 밸리지역에서 세탁업소를 운영해온 강상욱(77)씨는 딱히 특별한 은퇴 계획이 없다. 15명의 생계는 물론 종업원을 거느리며 연간 12만 벌의 의류를 세탁하면서 쌓아놓은 고객들과의 약속과 신뢰 때문이다. 언뜻 들으면 '공자왈 맹자왈' 같은 전형적인 모범답안 같지만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시니어가 됐다고 무조건 은퇴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부었던 소셜연금을 꼭 받아야 하는 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코첼라 밸리는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이 열려서 아주 유명해진 지역이지만 원래는 부유층의 피한지다. 그래서 세탁업의 피크철은 11월부터 그 다음해 5월 무렵까지로 숨 쉴새 없이 바쁘다. 덕분에 6월부터10월까지 쉬어왔다. 긴 시간 동안 서부의 캠핑장은 안가본 곳이 없을 정도고 알래스카는 물론 유럽에도 5번, 러시아에도 2번 다녀왔다. 그래서인지 버켓리스트의 80%를 성취했다고 생각한다. 코첼라라는 사막에서 잘 버텨 생존에 성공(?)했고 두 자녀를 대학원까지 모두 남부럽지 않게 공부시켰으니 그렇다. 다만 남극과 호주.뉴질랜드를 못 가봤다. 강씨가 휴가를 갈 수 있는 시간(6~10월)이 남반구인 그곳은 한 겨울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때는 어땠을까. 에센셜 비즈니스라서 닫지 않았다. 그런데 고객이 전혀 줄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밖으로 다니지 못해서 옷을 세탁할 필요는 없지만 대신 집에 있는 갖가지 물품을 세탁해야 했기 때문이라 바빴다.
 
'사막의 수필가'라 부를 수 있는 그는 시니어가 되면서 글쓰기도 달라졌다고 전한다.  
 


"이전에는 앞만 보고 뒤를 안봤죠. 그런데 이제는 앞보다는 뒤도 돌아보고 반추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이전보다 정제된 글을 쓰게 됐다고 덧붙였다.예전에는 젊은 혈기로 세상을 바꾸려고 애썼지만 이제는 세상을 이해하는 지혜를 갖게 됐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계획을 세웠고 실천했으므로 책임도 자신이 진다. 다만 "그때 내가 최선을 다했나"하는 고민은 있다.
 
그래도 80을 앞두고 있는데 비즈니스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다. 선배들이 85세쯤에 약해지고 90쯤에 타계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그렇다. 고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쉽게 팔지 못하고 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이제까지 가졌던 평판을 유지하며 스무드하게 넘겨주고 싶다'는 것이다.
 
이 코너의 마무리는 강씨가 세상에 바라는 것을 물으며 마친다.
 
"서로 미워하고 살지 말고 전쟁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전쟁 첫 주에 아버지를 공산군에 잃었던 그는 인천으로 피난을 갔다가 마침 병원에 숨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들려왔던 비명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하다고. 지옥 그 자체였다고. 그래서 '전쟁이 없는 세상', '서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짧다'고 덧붙였다.

장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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