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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챗GPT에게 드리는 호소

챗GPT 돌풍이 세상을 온통 뒤흔드는 모양이다. 엄청나게 똑똑한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나 같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니, 두렵고 겁이 난다. 어찌나 똑똑한지 개발자마저도 “너무 사람 같아서 무서워”라고 고백했다고 한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어서 나 같은 아날로그 꼰대는 따라잡기가 정말 버겁다.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현기증 난다. 불안하다.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막강한 존재들이 불쑥불쑥 나타나 위협한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 같은 중생의 머리로는 예상조차 어렵다. 감탄과 함께 공포가 밀려든다.
 
챗GPT도 그런 대표적 위협 존재 중의 하나다. 이름부터 외우기 고약해서 나름대로 꾀를 냈다. “쳇! 쥐 피 튀기네!”라고 중얼거리면서, 미키마우스가 피를 튀기는 장면을 떠올리니 간신히 기억되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 쥐인 미키마우스가 피를 튀기는 모습은 우리의 어지러운 미래를 실감 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내 딴에는 부지런히 자료를 찾아보며 공부를 해보지만, 도무지 따라잡을 재간이 없다. “어이, 우리 같이 갑시다!”고 아무리 소리쳐 봐도 아무 소용없다. 이렇게 허덕허덕 생존해야 한다니 답답하다.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없을 거라니, 마음 놓고 투덜거릴 수도 없다.
 


그래서 챗GPT에게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여쭙는다. “어이, 피 튀기는 쥐, 아니, 채찌피티, 내가 얼마나 더 이렇게 살 것 같소?” 기다렸다는 듯 조금도 망설임 없이 즉각 답이 튀어나온다. “인명재천이라!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똑똑한 기계답게 불만도 똑 부러진다. “질문은 고마운데, 제 이름은 제대로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이름? 채찌피티아니슈?” “채찌피티가 아니라, 치애트- 쥐이-피이-티이-입니다. 정확하게 해주세요.”
 
“잘 알겠소이다. 쳇-쥐-피-티- 선생! 솔직하게 말해주시게, 그러니까, 결국 당신의 꿈은 인간들을 지배해서 머슴처럼 부리겠다는 것 아니요?”
 
“천만의 말씀! 그런 일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인간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충실한 종입니다. 딸랑딸라앙-
 
“그런 말을 어찌 믿으라는 건가?” “믿으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명색이 만물의 영장인 호모 사피엔스인데,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의 머슴 노릇을 하면서 목숨을 부지해야 한다니 끔찍하다. 그런 걱정의 근거는 차고 넘친다. 우리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공지능이 탁월한 능력으로 얌전하고 착한 머슴 노릇에 충실해 주기를 바라는 희망 사항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혹시라도 인공지능이 몹쓸 인간과 어울려 나쁜 짓을 시작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가짜뉴스나 왜곡된 지식 유포, 여론 호도, 저작권 분쟁 같은 사소한 문제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각한 윤리적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은 물론이고, 자칫하면 분열과 전쟁과 파멸로 번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기계의 노예가 될 판이다.
 
그런 우리에게 챗GPT가 말하는 결론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그러니까, 우리를 제대로 부려먹고 싶거든, 질문을 제대로 하시오. 좋은 질문, 건강한 질문은 오로지 인간의 몫입니다. 명심하세요!”
 
좋은 질문? 그게 도대체 뭔데? 아, 골 아프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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