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읽기] 질문 잘하는 사회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돌풍
질문이 좋아야 좋은 답도 얻어
‘지능화 사회’ 막는 규제 없애야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전시회에서 인간 보안(Human Security)이라는 주제로 신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를 보여줬다. 예컨대 챗GPT는 가까운 미래에 AI 로봇이 인간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챗GPT를 사용해 보면서 몇 가지 교훈을 생각해 본다.
첫째, 챗GPT는 커다란 공을 세상에 쏘아 올린 셈이다. 개발사인 오픈 AI는 AI 언어모델, 그림 그리는 AI, 다국어 음성인식 AI 등을 지속해서 선보여왔다. 챗GPT는 언어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수천억 개의 매개변수를 강화 학습시킨 대화형 AI다. 검색 결과만 보면 사람인지 기계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기존 검색 엔진에는 몇 번을 되물어도 동일한 화면에 동일 내용만 출력했다. 반면 챗GPT는 같은 질문이더라도 매번 조금씩 다르게 답변하고 원하는 분량에 맞춰서 출력한다. 구글·MS·네이버 등도 GPT 기반 검색엔진 출시를 발표했지만 챗GPT에 못 미친다면 본연 사업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어 중요한 갈림길에 섰다.
혹자는 챗GPT 악용으로 인한 교육현장의 파괴를 우려한다. 하지만 막을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이라면 더 수준 높은 과제를 부여하면 된다. 미국에서 챗GPT 부정 사용 방지를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학교는 챗GPT의 사용을 허용하고 결과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수업 평가 방식 변화를 모색한다.
반면 한국의 AI 교육 현장과 산업 현장은 여전히 데이터를 수기 입력한다. 40년 전에나 유행했던 이론을 바탕으로 기술적 담론에 머물러 있거나 아주 기초적인 지식으로 AI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지 않은지 반문해본다. 기술 발전이 사회 전반의 양식과 제도를 견인하고 있다. 챗GPT로 인해 다양한 지식 노동자의 직업이 사라질 우려도 충분히 있지만, 변화의 흐름을 목격했다면 이에 대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 콘텐트 유료화 전략의 백미다. 과거 플랫폼이나 콘텐트 업체들은 사업 초기에 무료 사용자를 확보하고 일정 시점이 지나 유료화했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 이탈로 인해 사업 위기를 맞은 사례가 많았다. 뉴욕타임스가 온라인 뉴스의 유료화 실패 이후 일부 콘텐트만 유료화했다. 한국의 다음도 한메일의 유료화 실패로 사용자 급감을 경험했다.
챗GPT는 처음부터 유료화를 목표로 전략을 세운 것 같다. 무료 제공 데이터는 2021년 이전으로 한정 지어 사용자의 호기심과 욕구를 크게 자극한다. 엉성한 화면과 느린 속도는 유료 전환하면 개선될 거라는 기대감을 높인다. 곧 월 사용료 20달러의 ‘챗GPT 플러스’를 미국 사용자 한정으로 대기자를 받는다니 대단한 자신감이 반영된 마케팅 전략이다.
셋째, 질문 잘하는 사회다. 수년 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 기회를 몇 번이나 줬었는데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 침묵이 흐르던 와중에 중국 기자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따지듯 무례하게 질문해 논란이 됐다. 한국사회의 질문 수준이 드러나 낯뜨거웠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질문을 왜 안 하는 걸까. 주입식 교육,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나 간다는 보신주의 때문일 수 있다. 그것보다는 아는 것도 없고 궁금한 것도 없어서일 것이다. 챗GPT를 잘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질문이 정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좋은 질문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답을 얻을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은 정보화를 넘어 지능화 사회로 전환하는 것이다. 챗GPT를 마주한 첫 감정이 두려움이라면, 한국사회에 시대에 뒤떨어진 산업을 보호하려는 ‘붉은 깃발 법’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21세기 학생을 20세기 교수가 19세기 방식으로 교육한다”는 탄식이 넘치는 나라에서 창의성이 소멸하고 AI가 창조의 신, 즉 뮤즈(Muse)가 될 것을 지레 겁먹을 때인가.
이경배 / 섹타나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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