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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 영국 음식에 대한 편견

영국은 음식이 맛없는 나라로 유명하다. 이는 오래 묵은 편견이다. 과거 영국 음식이 맛없었던 시절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영국인 스스로가 음식을 맛없게 먹어야 성공적 삶을 살 수 있다고 여겼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베스트셀러 『어머니들이 읽어야 할 자녀 양육 지침서』에는 열 살 미만의 아이에게는 말라빠진 빵에 미지근한 우유를 부어 만든 죽만 먹이라고 권했다. 하지만 당시 영국 사람은 그렇게 맛없는 음식으로 어린 자녀를 훈육하여 금욕을 배우도록 해야 교육적이라고 믿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듯 음식의 맛보다 영양을 중시하고 배만 채우면 된다고 여기는 게 영국 식문화의 특징이었다.
 
그런 식문화가 반드시 단점으로만 작용하진 않았다. 2차 세계대전 중에 초라한 식량 배급에 영국인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애국심에 더해 음식이 맛없어도 된다는 관념 덕분이었을 거다. 하지만 전후 궁핍한 생활이 이어졌고 영국의 외식 문화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1960년대에 가서는 세계 최악의 음식을 파는 나라라는 오명까지 생겼다.
 
그렇지만 이런 영국의 상황은 이웃 프랑스의 요리사들에게는 커다란 기회였다. 영국의 음식작가 윌리엄 시트웰은 『외식의 역사』에서 프랑스의 요리사 알베르와 미셸 루 형제가 런던에 르가브로슈, 버크셔의 브레이에 워터사이드인을 열면서 영국의 외식 문화를 크게 바꿔놓았다고 설명한다. 루 형제는 다음 세대를 주도한 여러 명의 요리사를 가르쳤다. 그중 한 사람이 마르코 피에르 화이트이고 다시 화이트에게 훈련받은 사람이 흔히들 영국 하면 떠올리는 요리사 고든 램지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영국 요식업계 종사자들도 자신감을 얻어 프랑스 식당 형태와 서비스에 영국 전통 요리를 섞어내기 시작했다. 루 형제가 런던에 처음 레스토랑을 열었을 때까지만 해도 요리사는 모두 프랑스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요리사의 국적이 다양해졌다. 영국 전통 요리가 부활한 것에 더해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로 한식·중식·일식·인도식·중동식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게 됐다. 그렇다고 모든 식당이 맛좋은 요리를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영국 음식이 맛없다는 것만큼은 이제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과거 음식 맛이나 식당에서 제공되는 서비스가 지금보다 훨씬 덜한 나라가 한 곳 더 생각난다. 30년 전 한국이다. 국제 교류가 덜하고 경제 규모가 작던 시절이니 외식 경험도 그저 그럴 때가 많았다. 누군가 당시를 기준으로 우리의 식문화를 평가하려고 한다면 “한국이 얼마나 역동적인데 옛날 관점에서 평가하려고 하냐”는 반문이 나올 거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 다른 사람에 대해 바라볼 때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자.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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