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이 장면] 피터 본 칸트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피터 본 칸트’는 독일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이 1972년에 만든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이하 ‘페트라 폰 칸트’)의 리메이크다.영화사의 천재 중 한 명인 파스빈더는 37살 나이에 요절했지만, 영화와 연극과 TV를 오가며 작품 40여 편을 남긴 다산성의 작가였고 저항적이며 도발적이었던 시네아티스트였다.
패션 디자이너였던 여성 주인공 페트라 폰 칸트가 영화감독인 남성 주인공 피터 본 칸트(드니 메도세)로 바뀌었지만, 대부분은 비슷하다. 전작의 폰 칸트가 젊은 모델에게 빠졌다면 이번엔 신인 배우 아미르(칼릴 벤 가비아)가 대상이다. 피터 본 칸트의 뮤즈였던 여배우 시도니(이자벨 아자니),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어시스턴트 칼(스테판 크레폰) 등도 원작에서 왔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피터 본 칸트의 모습이다. 거구에 턱수염이 덥수룩한 그의 모습은 파스빈더 감독을 연상시키며, 오종 감독은 의도적으로 그와 흡사한 이미지의 배우를 캐스팅한다.
영화의 배경인 1972년은 ‘페트라 폰 칸트’가 나온 해로, 마치 ‘피터 본 칸트’는 이 시기 파스빈더에 대한 전기영화처럼 느껴지는데 특히 퀭한 눈으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재연 화면에 가깝다.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 감독의 영화를 반세기 만에 다시 만들면서, 현재의 관객들에게 위대한 감독의 초상을 다시 소개하는 프랑수아 오종. 이것은 진정한 리스펙트다.
김형석 / 영화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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