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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토미 현수 에드먼의 태극기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야구 월드컵이라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출전 선수 자격은 독특하다. 부모는 물론 조부모 출신 국가의 대표 선수로도 참가할 수 있다.  미국 국적의 메이저리그 선수가 다른 국가 대표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덕에 야구 불모지인 이스라엘이나 이탈리아, 영국 등도 내달 개막하는 2023 WBC에 참가한다.  
 
여기에는 속사정이 있다. 우선 야구를 하는 나라의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프로를 포함 자체 리그 운영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과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3국, 호주와 중남미의 몇 개국 정도가 고작이다. 당연히 국가별 실력 차도 클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축구 등 다른 종목처럼 국가 대표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면 결과가 뻔한 게임이 많다.  
 
그래서 도입한 것이 국가대표 자격의 완화다. 야구팬의 관심 유도를 위해 실력을 평준화하고 참가국 숫자도 늘리자는 의도다. 초기에는 부모의 출신 국가까지든 것이 이젠 조부모의 출신국까지로 확대했다.  
 
 대회를 주도하는 미국다운 발상이다. 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이민자의 나라다. 자연히 구성원의 출신 국가나 인종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주요 인물의 프로필에 꼭 나오는 것 중 한가지가  ‘어디계 미국인’ 이라는 내용이다. 미국은 출신 배경의 다양성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사회다. 그러다 보니 ‘대표 자격 확장’이 흥행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부수 효과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모 출신 국가의 대표로 활약하는 선수나 응원하는 팬 모두 자신의 정체성과 뿌리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개막하는 WBC에도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다양한 국가의 대표로 참가한다. 한국팀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주전 2루수 토미 현수 에드먼 선수가 있다. 그는 어머니의 나라를 위해 달콤한 휴식도 반납했다. 에드먼 선수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표팀에 합류하게 돼 영광”이라며 “다양한 방법으로 팀 승리에 기여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에드먼 선수는 ‘한국 국적자가 아닌 최초의 한국 대표팀 선수’라는 타이틀도 갖게 됐다.  
 
더 많은 한인계 선수들이 뽑히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초기에는 데인 더닝(텍사스 레인저스 투수), 미치 화이트(토론토 블루제이스 투수), 롭 레프스나이더(한국명 김정태·보스턴 레드삭스 내야수) 선수 등의 이름도 오르내렸다. 하지만 이들은 부상과 팀 내 주전 경쟁 등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에드먼의 한국 대표팀 합류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사회에 한인 또는 한인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할 가능성 때문이다. 우리는 하인즈 워드의 기억을 갖고 있다. 지난 2006년 미국 최대 스포츠 이벤트라는 수퍼보울 경기에서 MVP(최우수선수)를 받았던 하인즈 워드는 그해 한국을 방문해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그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한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미지도 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소재는 계속 있었지만 불씨를 살려가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한인 또는 한국인의 구분 기준은 여전히 엄격해 보인다. 아직도 폐쇄적이라는 의미다. 국제화·세계화를 강조하지만 이 부분에서의 인식 발전 속도는 상당히 더딘 듯하다. 인종적 폐쇄성에 갇힌 사회는 발전이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야구위원회의 WBC 대표팀 문호 개방은 전향적인 신호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야 한다.  
 
마침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청 신설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 정부조직법이 내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상반기 중 시행된다고 한다. 동포청 출범을 계기로 ‘재외동포’라는 개념의 재정립과 정책의 변화도 기대해 본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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