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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정신과도 망가진 장기 치료하는 것일 뿐

필자가 카이저 병원 재직 당시, 주치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었다. 수천 명의 동료 의사 중에서, 굳이 멀리 떨어진 선셋 카이저에 근무하는 닥터 신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많은 한인  환자들이 그분의 권고가 있으면 열심히 정신과를 찾아와 치료에도 협조적이라 좋은 효과를 보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치의로부터 정신과 상담 권고를 받았던 다른 한인들이 보였던 불만스러운 태도와는 달랐다. 그만큼 한인들은 정신과 치료에 대해 편하지 않은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한인들을 설득해 태도를 바꾸게 한 내과 의사라면 환자들과의 유대가 얼마나 강할 것인가!  나의 주치의로 결정한 이유였다.  
 
서울에서 진료하는 많은 필자의 동기 내과의들이 약 5년 전부터 ‘정신과 교육용 유튜브 채널’ 개설을 부탁했다. 내과 의사를 찾아와 심한 불면증이나 공황장애, 불안,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정신과에 갈 것을 권하면 가족들이 화를 내니 환자는 물론 가족을 교육할 수 있는 유튜브 자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한국 상황에 둔감했던 필자가 작년 가을 한국을 방문하고 실망했던 것은 한국인의 높은 자살률에 반해 적극적으로 예방 대책을 말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더라는 사실이다.
 
10여 년 전 미국의 의대생과 수련의들이 공부하는 정신과 교과서를 읽다가 너무나 가슴 아팠던 대목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2007년에 출판된  그 책에는 다음의 구절이 있었다. ‘과거에는 드물게 리투아니아가 높은 자살률을 보인 적도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은 한국이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한 사람의 숫자로 표시되는데, 이탈리아나 아일랜드는 10 이하로 낮고, 미국은 12로 중간, 반면 한국은 28로 가장 높다.’ 이 책이 출판된 지 16년이 지난 지금, 미국의 자살률은 14 이상으로 증가했고,한국은 26으로 조금 줄었다. 그러나  아직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자살률의 2배라는 슬픈 기록이다.
 
‘Decade of Brain’이라 불리는 1990년대 이후로, 현대 과학은 자기 영상 촬영술의 발달과 뇌 전파 물질 연구를 통해 두뇌에 대한 획기적인 지식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효과적인 치료 약물들도 만들었다. 두뇌는 더 이상 ‘신비하고, 수수께끼 같은’ 공허한 존재가 아니다. 췌장이나 허파, 심장 같은 우리 몸 안의 장기중 하나다.  
 


췌장에서 인슐린이라는 화학 물질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인슐린 주사나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캐나다의 어느 의과 대학생이 개의 췌장 조직을 갈아서 만들었던 초기의 인슐린 덕분에 많은 당뇨병 환자들이 생명을 건지게 된 것도 그리 오래전의 일이 이 아니다. 두뇌라는 장기에서 분비되는 뇌전파 물질 중 세로토닌의 균형에 문제가 있을 때 심한 불안 증세나 우울증이 온다.  
 
이민자들의 자살률은 떠나 온 조국의 자살률과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LA카운티의 한인 자살 숫자는 아시안 전체의 절반이나 되는 많은 숫자였다.  
 
리투아니아나 한국은 알코올 중독자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울이나 불안 증세를 자가 치료하다 보면, 증세가 호전되는 대신  알코올 중독자가 된다. 알코올은 초기에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듯하지만, 결국에는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술에 내성이 생겨 점점 양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평균 유병률이 50명 중 한명이라는 조울증( 정서 변화가 극과 극을 오가기 때문에 일명  양극성 질환이라고도 불리우는 병) 환자의 20%, 즉 5명 중 1명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조울증의 치료약은 리티움이나 항간질제품, 그리고 항정신제이지 항우울 제품이 아니다. 정신과 치료는 정확한 진단과 약물 사용, 꾸준한 상담 치료와 가족의 사랑, 지역 사회와 교회 등의 너그러운 사랑과 인내심이 필요하다.
 
동료 의사들의 바람대로 4개월 전 필자가 시작한 유튜브 채널, ‘수잔정 마음 건강 열린 상담실’이 진료를 망설이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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