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광장]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
며칠 전 한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안대를 푸는 순간 새삼 놀랐습니다. 아직 수술을 받지 않은 눈과 비교해 시력뿐만 아니라 물체의 색깔 차이도 느꼈기 때문입니다. 지난 85년간 서서히 ‘변질된’ 백내장이라는 병든 렌즈를 통해 봤던 색깔을 ‘정상’으로 인식하며 살아왔던 것입니다. 무엇이든 정확한 비교나 판단을 위해서는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을 기준으로 해야 함을 새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우리는 누구나 환경이라는 틀 속에 살고 있으며 사상이나 판단도 그 영향을 받아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본인이 태어난 지역과 정치 상황, 믿는 종교 등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백내장이 진행되듯 그 ‘다름’의 틀도 굳어지게 됩니다. 그 정도에 따라 아직 덜 굳어진 상태를 ‘성향’으로, 좀 더 굳어졌지만 아직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유연성이 있는 상태를 ‘편견’으로, 무조건 옳다고 확신하는 단계를 ‘세뇌’의 상태라고 분류하겠습니다.
그런데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사회에서 편견 정도까지는 큰 문제가 없지만 세뇌의 상태가 되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극단으로만 가다 보면 종국에는 ‘프레임 법칙(Frame Law)’에서 말하듯 동일한 사안을 놓고도 정반대의 판단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이 쉽게 나타나는 것이 정치 성향입니다. 출신 지역이나 지지 정당에 따라 서로 다른 의견이나 편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인정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거나 항상 그 기준으로만 판단한다면 세뇌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수술을 필요로 하는 상태의 백내장 환자임을 스스로 인정해야 합니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을 우호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지상낙원이라며 찬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리석거나 중증 백내장 환자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북한의 체제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문제에서도 나타납니다. 성경에는 천국에 가는 조건은 완벽한 의인이어야만 되는데 이 세상에 자기 노력으로 그렇게 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고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직 한 길 ‘거듭나는 길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성경이라는 원본의 절대적 기준이기에 미국 기독교인들은 이 문제에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 많은 한인 기독교인들은 그 기준과 달리 율법대로 착하게 살면 천국에 간다는 것이 프레임처럼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원본인 성경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백내장 화 된 관행이라는 한국적 프레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이 또한 수술이 필요한 것입니다.
김홍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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