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정답 없는 에세이 쓰기
에세이라는 말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수필(隨筆)이라고 합니다. 수필의 뜻은 붓 가는 대로 쓴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수필이라는 글은 붓 가는 대로, 다양한 소재를 자유롭게 쓰는 겁니다. 그러니 사실상 모든 글이 수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 굳이 수필에서 제외를 하자면 본인들이 수필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글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필인 셈입니다. 시나 소설, 희곡, 논문, 신문기사 등은 주로 수필에서 빠집니다.에세이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자유로운 글쓰기이므로 애당초 정해진 답은 있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답이 없다고 아무렇게나 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역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써야 한다가 아니라 그렇게 쓰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겁니다. 저는 지금 ‘안 된다’라고 쓰려다가 ‘좋지 않다’로 바꿨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안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에세이 쓰기의 유의점 중에서 제가 첫 번째로 드는 것은 읽는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혼자 읽으려고 쓰는 글이 아닌 이상 독자가 존재하고, 독자는 비교적 한정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난해한 글쓰기는 피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럴 때 쓰는 말이 ‘현학적(衒學的)’이라는 표현입니다. 현학은 배운 것을 자랑하는 겁니다. 자신이 많이 안다는 것을 내세우기라도 하듯 지나치게 지식을 드러낼 필요는 없습니다. 이해하기 어렵게 쓴 수필은 읽지 말라고 쓰는 글이니 그 뜻을 존중해 주면 됩니다.
알고 보면 그 지식이라는 것도 스스로 밝혀낸 것도 아니어서 줄줄이 인용이 붙습니다. 누가 이렇게 이야기했고, 누가 저렇게 이야기했다는 것을 연달아 쓰는 것은 읽는 이를 피곤하게 합니다. 글은 지식 자랑의 장이 아닙니다. 자칫하면 현학적 태도는 궤변이 되고 맙니다. 본인의 논리가 부족하기에 이 논리 저 논리 갖다가 붙이니 이상한 논리가 되고 마는 겁니다. 인용이 많고, 무슨 말인지 논리가 불명확한 글은 역시 읽지 않으면 됩니다.
글은 쉬워야 합니다. 쉬운 글쓰기에서도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일단 문장의 길이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영어와 같은 서양어와 달리 한국어는 문장이 길어지는 순간 의미가 모호해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 유럽어들은 대부분 수와 성(性)과 인칭 등이 발달하였습니다. 즉 남성이냐 여성이냐, 단수냐 복수냐, 1인칭이냐 2, 3인칭이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일치와 호응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일치와 호응이 중요한 언어는 문장이 길어져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미덕으로 보기까지 합니다. 긴 문장을 만연체(蔓衍體)라고 하는데, 우리글에서 만연체는 모호함의 원인이 됩니다.
글쓰기에서는 인용도 중요합니다. 지나친 인용은 문제가 됩니다만, 좋은 인용은 글을 이해하기 쉽게 합니다. 그런데 인용이란 게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평소에 좋은 글을 인용할 수 있게 메모를 해 놓아야 합니다. 아예 인용 노트를 만들어 놓는 것도 권합니다. 작가라는 사람은 대부분 인용 노트의 활용을 잘하는 사람입니다. 시도, 소설도, 시나리오도 모두 메모가 기본입니다. 메모 속에는 번득이는 아이디어도 있고, 좋은 문장도 있고, 재미있는 사실도 있습니다.
그리고 글쓰기에서는 맞춤법도 유의해야 할 일입니다. 저는 맞춤법을 엄격히 잘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맞춤법이 글쓰기에 방해가 된다면 오히려 맞춤법을 틀리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 줄 때는 가능하면 맞춤법은 틀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게 글에 대한 독자들의 집중력을 높입니다.
수필 쓰기에 정답은 없지만 유의할 점은 있습니다. 가능한 한 짧은 문장을 쓰고, 좋은 인용을 미리 준비해 두세요. 그리고 남에게 보일 때는 맞춤법을 잘 살펴서 내놓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만 신경 써도 글은 한결 나아집니다. 글쓰기의 마음가짐인 셈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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