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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이상민 장관의 '이상한' 방미

3일 올림픽 경찰서를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애런 폰세 서장(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상진 기자

3일 올림픽 경찰서를 방문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애런 폰세 서장(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상진 기자

지난 1일(한국시간 1월 31일) LA총영사관은 ‘행정안전부 장관, 미국 재난관리 정책 현장 방문’이란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행안부가 작성한 보도자료는 “이상민 장관이 31일부터 2월 3일까지 캘리포니아주 재난 예방·대응 및 복구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새로운 재난 위험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상호협력 강화를 위해 출장길에 나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논의 중이다. 2일(한국시간) 더불어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 당론 추인을 결론 내지 못하고, 6일 의원총회에서 최종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일까. 현지 도착 당일 장관의 미국 출장을 발표한 행안부의 보도자료는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졌다.  논란의 중심에 선 당사자가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은 그만한 이유도 있을 거라는 이성적 생각도 해봤다.
 
3일 올림픽 경찰서를 격려차 방문한 이 장관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발표(1월 27일)한 만큼, 가주 재난대응 현장을 둘러본 결과를 한국 현장에 적용해보겠다고 말했다. 기획조정실 담당관은 “부처 차원에서 미국 방문은 오래전부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주요부처 장관의 미국 출장이 급조된 듯한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우선 한국의 주요부처 장관이 가주를 방문했지만, 내부에서 희망했던 개빈 뉴섬 주지사 면담은 불발됐다고 한다. 이장관의 이번 방미 일정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 행정시스템을 알지 않나. 이 사람들도 일정이 있는데 2~3주 전에 만나자고 하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갑자기 업무협조 요청을 받은 샌프란시스코·LA 총영사관은 지난 3주 동안 비상이 걸렸다는 후문이다. 장관의 출장 일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가주 위기대응청, 산불방지센터, LA시장 및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장 면담, LA 비상관리센터, LAPD 디스패치 센터 예약을 완료해야 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다행히 일정은 성사시켰지만 이곳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했을까. 행안부가 이렇게 나온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 장관 포함 미국을 찾은 출장팀은 총 14명. 장관의 해외 출장은 성과도 중요하다. 소방관제 담당관 등 실무진도 따라왔다. 부처의 정책 최고결정권자 출장인 만큼 행안부 보도자료대로 현지 기관과 향후 협력사업 조율을 실무진이 끝낸 줄 알았다. 장관은 보통 서명하듯 얼굴만 비치면 되는 이유기도 하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 장관과 실무진은 출장 마지막 날 “현지 시스템을 잘 둘러봤다”는 말만 했다. 눈에 띄는 두 나라 또는 기관 사이 협력사업 계획이나 결과물도 없었다. 동포간담회 계획은 일정을 이유로 취소했다.
 
행안부가 현지에서 내놓은 보도자료도 오해를 키운다. 이 장관이 누구누구를 만났다. 어디 어디를 방문했다는 사진뿐이다. 자칫 사진찍기용 출장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이 장관과 수행원은 현지 기관당 1~4시간씩 둘러봤다. 한 관계자는 “장관의 해외 일정치곤 대규모 수행단이다. 비공식 다른 목적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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