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 가정폭력과 증오범죄 전담
제 18 사법구역 라이언 전 검사를 만나다
5살 이민, 오로라 그랜뷰 하이스쿨 졸업 후 뉴욕주립대 거쳐 덴버대학교 로스쿨 졸업
제18 사법구역에서 중범죄 가정폭력(Domestic Violence)과 증오범죄(Hate Crimes)를 전담하고 있는 라이언 전(Ryan Chun, 한국명 전병준, 35) 검사는 콜로라도 출신 검사다. 그는 서울에서 출생했지만 5살에 뉴욕으로 이민을 왔고, 곧 콜로라도로 이주해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는 오로라 소재 그랜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를 거쳐 덴버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덴버카운티 법원에서 1년반정도 인턴으로 경험을 쌓고, 2016년 6월에 그릴리의 웰드 카운티에 정식 검사로 발령받아 2019년 3월까지 근무, 2019년 3월부터 현재까지 18사법구역 검사로 재임 중이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신문사를 찾은 전 검사의 첫인상은 강직하면서도 정직한 이미지였다. 전 검사는 “저는 아직 신참 검사이기 때문에 미디어와 인터뷰까지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부담스럽다. 저로 인해 한인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면서 자신감이 넘치는 말투 속에는 겸손함도 묻어 있었다.
중범죄 가정폭력과 증오범죄 전담 굵직한 사건에 참여해 경력도 쌓아
전 검사는 가정폭력 중에서도 중범죄에 해당되는 케이스를 주로 맡고 있는데, 지금까지 굵직한 사건들을 처리해왔다. 18사법구역으로 부임하자마자 맡았던 사건이 힝클리 고등학교의 교감 살해사건 이었다. 당시 콜로라도에서 큰 이슈가 되었던 이 사건은 힝클리 고교 교감이 옆집 사람과 주차 문제로 수년 동안 싸웠고, 힝클리 고교 교감은 이웃과 분쟁해결을 위해 이글크레스트 고등학교의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합의해 나갔다가, 이웃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었다. 결국 지난해 10월 그 이웃은 45년형을 선고받았다. 또, 전 검사가 웰드 카운티 검사 재직시 한 여성을 23번 칼로 찌르고, 간신히 탈출하려는 그 여성의 뒤 목 부분을 삽으로 또 수차례 내리쳐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 남성에게 53년형이 선고된 사건의 재판에도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숨어있었다. 전 검사는 현재 그가 전담하고 있는 가정폭력의 현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가정폭력의 경우 가해자의 대부분이 남성이다. 가장 무겁게 처벌되는 행위 중 하나가 목을 조르는 행위이다. 목을 조르는 것은 피해자가 살해를 당할 위험이 70% 이상으로 높아진다고 판단한다. 이는 살인의 의도로 인식되기 때문에 felony(중범죄)에 해당된다. 또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경우도 가정폭력에서 무거운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총이나 칼, 막대기 등으로 뼈를 부러뜨리거나 피가 나올 수 있는 행위들은 가정폭력 중에서도 중범죄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 전 검사는 가정폭력을 기소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가해자가 남편이고 남자친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자를 법정증인으로 세우는 대신 병원진단서나 혹은 경찰진술서 등을 바탕으로 기소하는 방법을 선택할 때도 있다”면서 “검찰 측의 입장은 반복되는 가정폭력을 피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의 교화를 목적으로 집행유예 혹은 최소한의 처벌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검사는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한인들은 신고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대부분이 신고하면 상황이 안 좋아 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가정폭력은 반복되어 일어나기 때문에 본인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폭행이 습관적인 사람은 교육과 처벌을 통해 바뀔 수 있다”면서 무조건 쉬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충고했다.
이어 전 검사는 그가 전담하고 있는 증오범죄에 대해서 “코로라 팬데믹 기간 증오범죄가 증가했다는 뉴스를 많이 접했다. 그런데 사실상 보고된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실질적으로 증오범죄가 신고되었다고 해도 증명하거나 중벌을 내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그는 또, “지난 2년간 증오범죄 신고건 수는 26건 정도였다. 신고자들의 대부분은 흑인과 히스패닉이 제일 많았다. 의외로 한국인이나 아시안들의 경우는 없었다”면서 “이는 한인이나 아시안들은 신고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첫번째 이유일 것이고, 증오범죄를 확실하게 증명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심각한 인종차별적인 상황에 처하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전화기를 사용해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찍으면 가장 좋겠지만, 급박한 상황이면 최대한 가해자의 인상착의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 검사는 “우리 팀에는 5명의 검사가 있다. 한 주에 한 명이 사건을 배당받기 때문에, 5주에 한 번씩 새로운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면서 “아라파호 카운티에서는 컬럼바인 고등학교, 오로라 극장 총격사건, 하이랜드랜치 소재의 스템(STEMP) 고등학교 총격사건 등 콜로라도에서 크게 이슈된 사건들을 많이 다루었다. 이러한 팀에 소속되어 일하게 되어 기쁘고, 특히 존 켈너 검사장을 비롯해 경험 많은 선배 검사들로부터 배울 수 있어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인 청소년들을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로스쿨을 가기를 원하는 친구들이 있다면 변호사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나는 검사가 되었지만, 변호사의 영역은 무궁무진하고 파워풀하다. 비즈니스, 스포츠, 의학 등 전문 분야가 많기 때문에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변호사로 일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검사는 “처음부터 검사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제가 잘하는 것이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었다. 특히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부터 스피치와 랭귀지 수업을 많이 들었다. 대학가서는 인문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아서 토론 하는 시간을 즐겼다. 그러다 로스쿨을 가게 되었고, 로스쿨의 매력에 빠졌다. 특히, Criminal law(형법)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어 검사의 길을 선택했다.” 면서 “기회가 주어지면Organization Crime Units에서 갱단 즉 범죄 조직 척결에도 앞장서고 싶고, 미래에는 판사로서 법정을 지키고 싶다”는 함께 포부도 밝혔다. 전 검사의 가족관계는 아내 박슬아 씨(SLA 메디컬 스파 원장)가 있다. 콜로라도 출신, 그것도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하는 한인 검사의 등장으로 인해 한인사회 내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18사법구에서 당당하게 정의구현에 앞장서고 있는 전 검사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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