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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특별한 선물

선물이란 ‘타인에게 어떤 것을 주는 것’이라고 사전에 있다. ‘최고의 선물은 마음에서부터 오는 것이지 가게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선물은 주고받는 대상에 따라 방법이나 종류가 다양하다. 나는 평소 “이 개장 우리 아들도 좋아하는데”, “이 스카프 내 친구에게 잘 어울리겠네” 라고 그때 생각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는 한 해 동안 감사했던 분들을 정리해 놓고 형편이 되는 한도 내에서 편리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품을 구입한다. 손주들에게는 받고 싶은 것을 미리 물어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주니 좋아한다.  
 
지난주에는 아들네와 디즈니랜드에 다녀왔다. 세 손주를 따라다니는 일이 벅차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20여년 만에 와보니 스타워즈 등 영화 안에 있는 우주를 체험해보는 느낌이었다. 손주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가 기념 선물을 하나씩 사주겠다고 했다.  손주는 스타워즈의 주인공이 쓴 모자를, 6살 손녀는 파란 불이 켜지는 긴 칼을 잡았다, 9살 큰 손녀는 한 시간 이상 고민 고민하고 돌아다니다 등 뒤에 매는 아름다운 가방을 골랐다. “할머니, 이 가방이 80달러 나 되는데 사도 될까요?” 어린 손녀 눈에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걱정하지 말고 네가 원하는 것을 사라고 하니 두 손을 높이 들고 뜀박질을 하며 좋아했다. 어린애도 철이 들면 분수에 맞는 선물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상대에게 부담이 되는 선물은 불편하게 할 수도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도 정성이 가득한 선물들을 받았다. 그중의 하나가 며느리 편에 사돈이 보내온 선물이다. 한국에서 구해온 도라지를 넣어 정성스럽게 만든 도라지 대추차와 싱싱한 매실을 구해서 만든 매실청, 김치 한 병이다. 사돈은 평소 재주가 많아서 음식도, 재봉도, 전문가 못지않게 잘하신다. 얼마 전 칠십 중반에 은퇴했지만 여전히 여러 가지 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사는 부지런한 분이다. 누구나 연말이면 챙겨야 할 일이 많아져서 중요한 일들을 잊기 쉽다. 선물 하나하나에 정성 들여 준비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두 해 전에 나도 뒷마당의 매실나무에서 매실을 한 바가지 땄다. 매실청을 만들어 보았는데 쉽게 곰팡이가 생기고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갔다.  도라지와 대추를 깨끗이 씻어 말리고 갈아서 곤약처럼 차를 만들어 아름다운 병에 넣어 보내준 사랑의 마음을 읽는다. 배추 포기김치를 갓과 감을 넣어 만들어서 생으로 먹으니 새콤하고 향이 입안에 맴돈다. 건강에 좋다는 도토리 국수 한 박스도 함께 보내줘서 돌아오는 여름은 국수 잔치 한번 벌여 볼 생각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지난 3개월 동안 뜨개질 팀이 매주 토요일마다 모였다. 뜨개질로 여러 가지 모양의 수세미와 바구니를 만들었다. 카드와 선물 백도 그림을 그리고 리본을 붙여서 만들었다. 목사님은 카드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손편지를 썼다. 사랑의 손길이 전 교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들려졌다. 한눈에 봐도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선물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교인들을 보며 준비한 우리가 더 행복했다.  
 
선물 안에 주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깃들 때 햇빛이 문 틈새로 깊이 들어오듯이 받는 이의 깊은 곳까지 스며들게 된다. 선물이란 행복을 만드는 매직이 있어서 주는 사람도 기쁘고 받는 사람도 기쁘게 한다. 평생 여러 사람에게서 받은 선물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내가 아프고 힘들었을 때 기도로, 위로의 편지와 전화로, 영육의 양식으로 함께해준 사랑하는 모든 분께 감사한다.  

김영화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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