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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문학 이상의 다큐

[오스카 후보작 들여다 보기]
수퍼 8 이어즈(The Super 8 Years)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다큐멘터리 회고록 ’수퍼 8 이어즈‘. 그녀의 작가 초기인 70년대를 남편이 촬영한 홈 무비를 통해 되돌아본다. [KinoLorber]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다큐멘터리 회고록 ’수퍼 8 이어즈‘. 그녀의 작가 초기인 70년대를 남편이 촬영한 홈 무비를 통해 되돌아본다. [KinoLorber]

지난해 프랑스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Annie Ernaux)가 첫 번째 책을 출간하던 시기인 70년대를 되돌아보는 다큐멘터리 회고록. 그녀의 작가 활동 초기의 일상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문학사적 기록물이다.    
 
‘수퍼 8 이어즈(Super 8 Years)’는 에르노의 첫 남편 필립(80년대 초 이혼)이 여러 나라들을 돌며 8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던 홈 무비를, 첫 촬영 시기 이후 50여년 만에다큐로 재편집해 지난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최초 공개됐다. 모로코 휴양지에서의 부르주아적 가족 여행, 쿠데타 발발 이전의 칠레, 스탈린 체제하의 알바니아, 소비에트 시절의 모스크바, 대처 총리 집권기의 영국 여행 등을 통해 당시의 주요 사건들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이 에르노의 목소리를 통해 설명된다.  
 
아마추어 촬영가의 홈 무비임에도 작가와 그녀의 가족들이 떠난 여행지들에서 경험한 일들이 친밀하고도 세심하게 기록되어 있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에르노의 문학 작품을 자연스럽게 확장한 기록물로 평가된다. 40년 동안 가족의 품에 보관되어 있던 영상들은 두 자녀를 기르는 엄마로서의 초상화이며 70년대 프랑스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관찰할 수 있는 흥미로운 기록이다. 영화는 어린 아들 데이비드가 틴에이저가 되는 시기까지 근 10여년 동안 촬영됐다.  
 
프랑스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작가인 에르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들만을 소재로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작품들은 1960년대 이후 프랑스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자신의 삶에 투영하여 페미니즘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기록들이다. 낙태가 아직도 불법이던 시절 자신의 낙태 경험을 소재로 쓴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록 ‘사건’(L’evenement)은 ‘해프닝’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어 제78회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에르노는 계급과 성별에 따른 억압과 차별을 담은 작품을 주로 발표하면서 지속적으로 좌파적 목소리를 내왔다. 2003년 프랑스 문학계는 생존한 작가로서는 최초로 아니 에르노상을 제정했다.
 
체험하지 않은 허구는 쓰지 않는 작가 에르노의 여행과 일상을 되돌아보며 그녀의 육성을 통해 작가의 인생관과 예술관을 다시 성찰해 보는 문학 프로젝트로 소설을 읽는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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