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한인타운 노숙자 카운팅] 텐트 숫자로 홈리스 인구 추정
텐트 1개당 1~4명 거주 추산
부정확한 산출 방식 개선해야
구역별로 숫자 증감 차이 뚜렷
이들은 거리에서 ‘텐트, 세단, SUV, 밴, 캠퍼 또는 RV’를 발견할 때마다 미리 설치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의 ‘위치’를 지정하고, 그들의 ‘거주 형태’를 기록했다. 노숙자와 마주할 때면 홀로 지내는지, 가족과 함께 지내는지를 물었다. 동시에 18세 미만, 18~24세, 24세 이상으로 노숙자 연령대도 함께 기록했다.
이날 한인타운 남서쪽 컨트리클럽 파크 주택가를 걸으며 노숙자 현황을 조사한 스티브 강 LA도시계획위원회 커미셔너는 “이 지역 노숙자는 작년과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고, 동행한 이벳 김 10지구 시의원실 보좌관은 “노숙자가 자신이 머물던 곳에서 1~2블록을 벗어나지 않는 특성상 긍정적인 변화”라고 전했다.
반면 LA한인회관~피코 불러바드/웨스턴 애비뉴~알링턴 애비뉴 구역 노숙자 현황을 조사한 자원봉사자 팀은 다른 상황을 전했다. 조사에 참여한 제임스 안 LA한인회장은 “텐트, 자동차, RV까지 총 15개를 확인했다”며 “이 구역은 노숙자가 늘어난 것 같다. 구역별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노숙자 전수조사는 곳곳에서 여러 허점이 발견됐다. 최대 문제는 부정확성이었다. 추정해서 산출하는 통계 방식에서 개선된 부분이 전혀 없었다.
이날도 자원봉사자 상당수가 노숙, 텐트, 차량, 캠퍼 또는 RV의 위치는 파악했지만, 구체적인 노숙자의 숫자는 조사하지 않았다. 대면 인터뷰 대신 텐트당 1~4명으로 추산하는 방식으로 추정치를 취합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노숙자 대면 시 돌발상황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LA카운티노숙자서비스관리국(LAHSA)도 노숙자의 사생활 등을 존중하길 원한다. 텐트 등을 열어보면서 몇 명이 함께 지내는지 물어보기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안 회장도 “정확한 노숙자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최종 조사결과보다 더 많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노숙자 문제가 최대 이슈로 커졌고 이를 의식한 듯 캐런 배스 LA시장과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연이어 ‘홈리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특히 이번 노숙자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LAHSA도 노숙자 숫자, 거주 위치 및 유형 등 정확성을 위해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달라진 점이 없었다.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10지구 시의원실(시의원 대행 헤더 허트)은 노숙자 관련 민원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벳 김 보좌관은 “스키드로에서 노숙자 지원 활동을 벌였던 활동가가 보좌관으로 영입돼 2년째 노숙자 문제를 전담하고 있다”며 “샤토 플레이스 텐트촌의 노숙자 10여명에게 셸터를 제공했고, 10지구 전역의 노숙자 이름과 거주현황까지 파악하고 있다. 배스 시장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노숙자 대응방법을 문의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김 보좌관은 “민원인은 노숙자 관련 화재, 학교 주변 텐트촌 불만이 가장 높다”며 “문제 해결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안 회장은 보다 현실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LA시와 카운티 정부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해결책을 놓고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니 문제는 더 커졌다. 학교 주변 및 공공장소 노숙자 텐트 금지 등 조례안을 마련한 만큼 법적 강제력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LAHSA의 ‘2023 LA카운티 노숙자 전수조사’는 24~26일 진행됐다. 추가로 31일까지는 18세 미만 노숙자를 별도로 조사하는데 이를 위해 자원봉사자 8000명을 모집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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