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 일상을 비꼰 바움백표 블랙코미디
화이트 노이즈
(White Noise)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미국의 포스트모던 작가 돈 디릴로의 소설을 노아바움백 감독이 연출했다. 바움백의 11번째 영화이며 그가 시나리오를 쓰지 않은 첫 번째 영화이다. 그의 아내이며 파트너인 그레타거윅이 모처럼 스크린에 등장하고 이 시대 최고의 캐릭터 배우들인 애덤 드라이버와 돈 치들이 출연한다. 바움백 특유의 디테일이 살아있는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다.
팝 아트의 전성기이던 70년대, 미국 중서부의 조용한 칼리지 타운. 대학에서 히틀러를 연구하는 교수 잭(애덤 드라이버)은 독일어를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을 학생들이 알게 될까 봐 걱정이 가득하다. 그의 아내(그레타거윅)는 약에 의존하고 있고 4명의 자녀들은 신경증 증세를 보인다.
어느 날, 폐기물을 실은 트럭이 열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독성 화학 물질이 마을 전체를 덮어 버린다. 대피 명령이 내려지고 평화로웠던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잭과 가족들과 탈출 행렬에 합류한다.
화이트 노이즈(백색 소음)는 흰빛과 같은 형태의 주파수를 띤 일정한 패턴의 소음이다.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는 ‘치익’하는 잡음은 고주파가 섞여 있어 듣기에 쾌적하지 않다. 영화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는 현대사회의 불편한 문화적 상황을 소음으로 표현한다. 임박해 오는 거대한 공허함, 눈에 띄지 않지만 어느덧 우리의 관습이 되어 버린 ‘소음들’이 인간 사회 곳곳에 늘 맴돌고 있다. 소음은 폭력과 음모, 대중매체와 광고, 죽음과 테러에 대한 집착 등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영화는 지적이면서 우스꽝스러운 블랙 유머와 아이러니가 가득하다. 소외감을 표현하는 바움백의 통찰력이 불편할 정도로 예리하다.
‘화이트 노이즈’는 미디어로 포화하고 초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포스트모던 미국의 일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영화이다. 불가피한 질문들과 불길한 암시들이 소음으로 뇌리에 쌓여가고 어느덧 지울 수 없는 모습으로 불안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웃어야 할지 훌쩍여야 할지 모르게 만드는 영화!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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