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피곤해, 엄마와 아들의 불통
웬 유 피니시 세이빙 더 월드
(When you finish saving the world)
너드(Nerd)의 이미지, 그러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의 연출 데뷔작이다. 그가 배우로서 보여줬던 특유의 재치와 입담은 이 영화에도 그대로 살아 있다. 에마 스톤이 제작에 참여했고 관록의 연기파 배우 줄리앤 무어(헝거 게임)와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스트레인저 씽’의 핀 울프하드의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영화는 엄마 에블린과 아들 지기(Ziggy)의 너무도 다른 가치관의 충돌로 빚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에블린은 가정 폭력의 불우 자녀들을 위한 사회봉사 기관의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늘 조용한 주변 분위기를 유지하며 클래식 음악만을 고집하는 그녀의 세계는 타인이 좀처럼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이다. 하이스쿨 학생 지기는 재능이 뛰어난 싱어송라이터로 자신의 음악을 라이브 스트리밍하면서 세계와 소통한다. 전형적인 10대 반항아 지기는 소셜미디어의 팔로워들이 그의 음악에 보내는 찬사에 늘 들떠 있다.
아내와 아들의 신경전 사이에 가장 로저가 있다. 세 사람은 매일 식탁에 모여 앉지만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는 일조차 없다. 가족 내 균열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에블린은 폭력 가정의 피해 소년 카일에게 시선을 준다. 아들에게서 찾지 못했던 묘한 감정이 일면서 그에게 필요 이상의 친절과 다정함으로 그에게 다가간다.
지기는 학교에서 글로벌 이슈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는 릴라에게 이성적 관심을 갖게 된다. 그녀의 지적 수준에 압도되면서 엄마에게 조언을 구한다. 아들보다 카일에게 연민을 보여온 에블린은 지기의 접근에 당황해한다. 아들과의 소통은 여전히 아득하기만 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먼 거리에 있는 나르시시스트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엄마와 아들의 관계를 온라인 시대의 아이러니에 비추어 표현한 아이젠버그의 연출은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안정적이다. 그래서 젊은 감독의 데뷔작으로서는 오히려 아쉬움이 있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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