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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글, 한국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오래전의 기억 한가지.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 한인 2세 학부모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매주 토요일 아들을 데리고 LA한인타운에 있는 주말 한글학교에 간다고 했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냐고 물었더니 본인의 아쉬움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덧붙인 아쉬움이란 본인이 한글과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그의 어린 시절엔 교육시설도 없었고 사는 게 바쁜 부모들은 자녀의 한글, 한국어 교육에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한인이면 한글과 한국어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한인 3세인 아들은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었다고 했다.  
 
# 1970~ 80년대에 이민 온 분들을 만나면 후회하는 것 한가지가 있다고 한다. 자녀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이다. 환경적인 이유가 크지만 본인들이 겪었던 ‘영어 스트레스’ 탓도 있었다고 한다. 자녀들은 빨리 영어를 익혀 미국사회에 적응했으면 했다는 것. 그래서 집에서도 영어 사용을 강요했고, 본인도 자녀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하기도 했단다.  그런데 자녀가 성장하고 나니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가 어려워지더라고 한다.  
 
요즘 한국어가 세계적인 언어로 떠오르고 있다고 한다. 뉴스 전문 매체  CNN이 특집 기사로 전한 내용이다. CNN은 듀오링고(Duolingo)라는 언어교육 업체의 자료를 인용, 지난해 한국어 수강 인원이 7번째로 많았다고 소개했다. 아시아 언어로는 중국어를 제치고 일본어에 이어 두 번째다. 듀오링고는 사용자가 5억 명이 넘는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CNN에 따르면 대학 등 고등교육 기관의 수강생만 해도 2002년 5200명 수준에서 2016년에는 1만4000명의 세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것도 6년 전 자료라 지금 조사해보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 분명하다. 역시 ‘한류’의 영향이라는 진단이다. 미국에서 K-팝, K-드라마 등이 인기를 끌면서 자연히 한글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반가운 뉴스이긴 한데 뭔가 씁쓸하다. 정작 한인사회에서의 한글, 한국어 교육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지는 듯해서다.      
 
 한국어진흥재단 등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AP 한국어 신설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어 교육의 꾸준한 확산을 위해서는 고등학교 AP 과목에 한국어가 포함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당초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주관 기관에 대한 로비 등을 전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결과가 신통치 않다. 청원사이트(supportapkorean.org) 개설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서명자 숫자는 2만2000여명에 불과하다. 미국 내 250만 한인 인구만 고려해도 턱없이 적은 숫자다.
 
주말 한글학교도 활발하지 못하다. LA한국교육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한글학교와 학생 수 모두 3년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코로나 탓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기 상황에도 한글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남가주한국학원은 이사회 분란을 겪느라 대책을 세울 겨를도 없었다.  
 
지금은 ‘한국어 가능’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을 우대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한글, 한국어 교육을 통해 뿌리교육, 정체성 등의 명분과 함께 실리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활발했던 몇 년 전만해도 미국에서 중국어의 인기가 높았다.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공자학당’이 곳곳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미-중 관계가 틀어진 지금 중국어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졌다. 한국어도 지금은 한류의 덕을 보고 있지만 한류가 시들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국어의 지속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역량만으로는 어렵다. 한국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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