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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애환 깃든 '포틀랜드 첫 한인교회' 철거

방화 소실로 117년만에 헐려
1세대 한인사회 구심점 역할
"초창기 어려운 삶에 안식처"

포틀랜드 한인사회 이민 1세대의 역사와 추억이 깃든 유서 깊은 교회가 철거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최근 지역매체 오리거니아는 포틀랜드 도심에서 지은 지 117년 된 교회가 방화로 불에 타 철거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교회 철거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인사회 이민 1세대와 자녀들, 한인 입양인과 그 가족들이 누구보다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 교회는 1905년 독일 이민자들이 세운 교회였다. 특히 1978년부터 2010년까지 32년 동안은 ‘포틀랜드 한인교회(Portland Korean Church)’였다.
 
1970년대 포틀랜드 한인 1세대는 이민자가 늘자 돈을 모아 이 교회 건물을 매입했다. 지역 최초의 한인교회였다. 이후 30년 넘는 세월 동안 한인 역사, 문화, 음식을 나누며 민족 정체성 계승을 돕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한인 1세대는 이 교회가 이민 초기 정착 서러움과 힘겨움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유일한 안식처였다고 회상한다. 1990년대 중반까지 이 교회를 다녔다는 김태선씨는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일주일에 단 몇 시간 동안이라도 우리의 정서를 나눌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한인 교인들은 당시 포틀랜드 등 오리건 지역사회에서 아시안, 특히 한인에 대한 인식은 저조했다고 말한다. 백인과 흑인이 주류인 문화가 지배하던 사회에서 한인 이민자의 삶과 애환을 나누며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도록 독려한 곳도 교회였던 셈이다.
 
또한 1980~1990년대를 거치며 포틀랜드 한인교회는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민 1세대가 자녀를 낳았고 미국인 가정에 입양된 한인도 늘었다. 이 교회는 자연스레 한인 2세와 입양아의 유년시절 놀이터가 됐다.
 
김씨는 “아이들은 정규 학교에 가도 아시안 아메리칸을 위한 롤모델은 찾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한인 2세들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교회에 나와 자신과 같은 배경의 친구들을 만났다. 아이들이 한인끼리 어울리고 성장하면서 큰 변화를 이끌었다”고 전했다.  
 
포틀랜드 한인교회 설립자(김관규-김승규 형제)의 자녀이자 조카인 티모시 김씨도 “교회가 신앙을 위한 곳이기도 했지만, 한인들이 서로 모여 이민생활의 경험 등을 이야기하고 정보를 나누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포틀랜드 한인 입양 가정도 이 교회를 ‘오아시스’처럼 여겼다고 한다. 한국어는 물론 한국 문화도 모르던 영어권 양부모는 한인 입양아를 위해 이 교회를 찾았다. 한인들은 입양아와 양부모를 따뜻하게 맞아줬고, 입양아가 자라면서 본인의 뿌리를 기억하게 했다. 포틀랜드 한인교회는 2세와 입양아가 늘자 예배도 한국어와 영어로 제공했다고 한다.
 
한편 포틀랜드 한인교회는 다른 한인사회처럼 부침을 겪었다. 1997년 교인 상당수가 영락장로교회를 설립해 이탈했다. 2015년에는 이번에 철거된 포틀랜드 도심 교회마저 팔렸다. 이후 방치된 교회는 27세 용의자의 방화로 소실, 건립 117년 만인 지난 6일 철거됐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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