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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제 아들을 감옥으로 보내 주세요”

지난 12월15일자 LA타임즈에는 고교 졸업 후 8년간 일곱번이나 정신과 병원에 강제 입원한 29세 아들 니콜라스와 그의 어머니 이야기가 3페이지에 걸쳐 보도됐다. 필자는 기사를 읽으며 1973년 뉴욕에서 만났던 많은 환자가 생각났다. 필자가 미국 도착 1주일 만에 정신과 수련을 시작한 곳은 앨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의 교육 수련을 담당한 5개 병원 중 하나인 링컨 종합병원이었다. 할렘가보다 더 무섭다는 브롱크스 북쪽에 위치한 이 병원에는 정신과 응급실을 따로 두어야 했을 만큼 정신 이상 환자가 많았다. 정신과 강제 입원 환자도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고,건강한 식사를 하면 증상이 어느 정도 회복된다. 더 이상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험한 상태가 아니고, 어느 정도 생활 능력이 되면 수련의들은 이들의 퇴원 계획을 세웠다. 가족과 살며 외래 치료가 가능한 환자들은 물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과대망상 때문에 약물을 거부하며 분노나 우울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자해의 위험이 있는 환자, 누구인가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피해망상이 심한데 치료를 거부해 타인을 해칠 가능성이 큰 환자들은 장기 치료를 위해 브롱스 스테이트 병원으로 이송시켜야 했다. 이런 경우 환자들은 무척 화를 냈고 그때 필자는 많은 미국 욕설을 배웠다.
 
그로부터 49년이 지난 요즘 장기 입원 병원 숫자는 많이 줄었다. 비싼 입원비뿐만 아니라 환자의 권리를 존중하려는 의도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정신착란이나 마약 등으로 자신의 생각과 외부의 상황을 구별하지 못하는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자(이런 상태를 psychosis라 부르고, crazy 상태라고 말한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신을 해칠 수도, 또는 다른 사람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정신과 최악의 응급 상황이 된다. 또 한가지의 응급 상태는 ‘gravely disabled’ 한 경우인데, 예를 들면 심한 당뇨 환자가 너무나 우울해서 인슐린 주사를 거부하거나, 잊어버리는 경우다. 이런 세 가지의 경우 의사나 가족 등은 경찰에 연락해 72시간의 강제 정신과 입원을 요구할 수 있다. 72시간 강제입원 법률 조항 번호가 5150이기 때문에 간혹 5150 절차라고 부르기도 하며, 17세 이하의 환자는 번호가 다르다.
 
니콜라스의 증상은 고교  졸업후 서서히 나타나 어머니는 처음에는 마약 때문이라고 여겼단다. 대학 진학이나 취업 대신 대마초를 재배하겠다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버릇을 고치겠다는 의도에서 집을 나가라고 했단다. 그는 아버지와 친구 집 사이를 오가다 결국 홈리스가 되었으나 외할아버지의 위중 소식을 듣고 귀가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숨진 후 엄마와의 잦은 언쟁, 동생에 대한 난폭 행동 등으로 인해  엄마는 비로소 아들이 정신질환자임을 추측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 날 손에 돌멩이를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아들을 본 엄마는 경찰에 연락, 72시간 강제 입원을 시켰다.  당시 니콜라스는 21세였고 그것이 첫 번째 강제 입원이었다. 그 후 두 번째 입원 후에 아들의 병명이 조울증이라고 들었지만 아무 조치도 할 수가 없었다. 72시간 강제 입원 후 의사가 추가 치료를 결정하더라도 환자가 거부하면 의사는 판사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 간신히 의사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환자를 14일간 더 치료할 수 있다. 대부분의 조울증 환자는 감정 기복이 크고 이를 조절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만, 인지 작용에는 큰 결함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니콜라스가 지난해 10월 7일에 길거리에서 칼을 휘두르다 체포되자 어머니는 법원에 아들의 보호 관리 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 전 니콜라스는 이미 출소해 거리로 돌아간 후였다.
 
“ 내 아들은 이제 되돌아오지 못할 것 같네요. 펜타닐이라도 복용하게 되면 생명을 잃을 테니까요.” 어머니의 말이다.  
 
이 기사를 읽으며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서명한 ‘지역사회 정신 건강법’을 상기해 보았다. 당시 정신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던 환자들은 항정신제인  Chlorpromazine (Thorazine)의 도움으로 가족과 사회의 품으로 돌아가지 않았던가!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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