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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누가 우리의 영웅들이 될 것인가?

‘누가 우리의 영웅들이 될 것인가/ 세상이 마음과 몸의 질병을 키울 때/ 그리고 우리의 도시들을 괴롭힐 때/ 의식이 없는 유혈사태가 일어날 때/ 누가 우리의 영웅들이 될 것인가/ 우리의 미소가 갑옷 속에 가려질 때/ 그리고 우리의 소중하고 제한된 웃음이 숨막히고/ 그리고 다이아몬드와 같은 우리의 꿈이/ 압박에 무너져 그 재가 흩어질 때/ 누가 우리의 영웅들이 될 것인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노란 피부 때문에 두들겨 맞았을 때/ 우리 여성들이 괴롭힘을 당할 때/ 우리 남성들이 거세되고 굴욕을 당할 때/ 누가 우리의 영웅들이 될 것인가/ 푸른 수호자들이 우리를 버릴 때/ 누가 우리의 영웅들이 될 것인가/ 우리는 표적 된 사람들/ 역사 속 오점의 순교자들/ 영광과 순수함으로 반짝이는 도살된 어린 양들/ 우리가 무리 속에서 무기력하지만 싸우고 노래하는 방법은 바아 바아 바아’
 
지난해 말 뉴욕주 이민자 신분 차별 금지법 제정을 환영하는 회견장에서 민권센터 박우정 이민자 정의 활동가가 연설 대신 자신이 쓴 시를 읽었다. 뉴욕주 아시안 아메리칸 7명 가운데 1명이 서류미비자이며 박 활동가도 같은 처지다. 서류미비 청년 추방유예(DACA) 신분을 얻어 합법 취업을 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미국에서 쫓겨나는 것이 유예됐을 뿐이다. 2년에 한 번씩 DACA 신분을 갱신하고 있는 박 활동가와 같은 청년들이 지금 60만여 명이다.  
 
DACA 신규 신청은 법원 소송으로 막혀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DACA 신분을 얻지 못하는 서류미비 청년들이 해마다 10만 명씩 늘어난다. 애초 DACA 규정인 16살 이전, 그리고 2007년 6월 15일 이전에 미국에 왔어야 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해 아예 DACA 신청도 못하는 서류미비 청년들까지 모두 합하면 200만 명에 달한다. 전체 서류미비자 1100만 명의 18%가 넘는다. 이 가운데 한인 청년이 5만여 명이다. 인구 조사 집계에 잡힌 전체 한인 서류미비자 13만8000여 명의 3분의 1이 넘는다.    
 
이들은 대다수가 미국을 내 나라로 알고 살아온 젊은이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 미국에서 쫓겨나게 될지 날마다 떨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겐 지금 상황이 섬찟하기에 박우정씨가 쓴 시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영웅들을 찾는다. 그리고 그 영웅들은 바로 자신들이기에 싸우고 노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비장함이 같은 처지에 놓여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색할 수 있다. 그만큼 서류미비 청년들의 삶이 다른 까닭이다.
 
새해에도 서류미비 청년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힘을 모으고 있다.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는 전국의 청년들이 모이고 있다. 민권센터가 함께 활동하는 전국 한인 이민자 권익운동 단체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는 매달 두 번째 주 목요일 온라인으로 서류미비자 커뮤니티 모임(문의 이메일 jenny@nakasec.org)을 열고 있다. 모임에서는 서로 격려하고, 기쁨을 찾고, 우애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여러 활동가들이 새해를 맞아 새 길을 찾고 있다. 함께 어우러져 힘을 키우는 만남이다. 올해도 시민권자, 영주권자, 입양인 등 한인사회 모두가 이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면 좋겠다.

김갑송 / 민권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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