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코로나 통계, 누가 중국을 믿나
중국에서 3년째 특파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막무가내인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중국의 코로나 통계 얘기다. 그간 많은 비판이 쏟아져 식상할 지경이지만 이번에 너무 선을 넘은 듯해 다시 한번 짚고 가고자 한다.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코로나 감염자 수 공식 발표를 중단한 건 지난달 23일부터다. 하루 전날 12월 1~20일까지 최소 2.5억 명이 감염됐다는 위원회 비공개 회의록이 유출되면서다. 문건의 진위는 이렇게 확인됐다. 21일 하루에만 3699만 명이 감염됐다는 내용도 들어있었는데 당일 위원회의 대외 발표는 3030명, 1만분의 1로 축소했다.
이후 현재는 한 단계 아래인 중국 질병통제센터가 감염자 현황을 발표한다. 8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1만4171명이다. 그러나 쓰촨성 등 중국 지방 질병통제센터가 자체 조사해 발표한 감염자는 전체 인구의 최소 60%, 많게는 80%가 넘는다. 이미 6억 명을 넘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센터는 이렇게 설명한다. “대규모 PCR 검사가 시행되지 않고 있고 경증인 사람들은 집에서 자가진단을 하기 때문에 체감과 통계는 다를 수 있다.”
사망자 통계는 더하다. 이미 중국 병원 중환자실과 화장장이 포화 상태를 넘었지만 이날 기준 공식 사망자 수는 3명, 지난 4일은 0명이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 사망자를 판단하기 위한 글로벌 기준에 두 가지 범주가 있으며, 중국은 그중 하나를 시행한다고 수차례 주장했다. 그런데 두 가지 범주란 오해의 소지가 있다. WHO 질병통계지침은 감염 28일 내 사망을 기준으로 한다. 영국·홍콩이 2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인도는 30일, 대만은 60일 내 감염까지 코로나 사망자로 간주한다. 폐렴 등 직접적 원인에 의한 사망만 인정한다는 건 범주가 아니라 그저 ‘중국의’ 기준이다.
그래서다. 중국이 국경을 전면 개방한 지난 8일 더 이상 격리는 없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중국인이 오는 것도, 중국으로 향하는 것도 망설인다. 불안의 핵심 중 하나가 변이인데 이는 감염자 수가 많은 곳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회견 때마다 주장하지만 발표가 신뢰를 잃다 보니 변이가 없다는 발표조차 불확실한 것으로 간주된다.
세계 각국이 중국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지난 4일 중국 외교부는 “정치적 목적의 검역이다. 정부는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끈했다. 기자들은 놀라기보다는 코웃음을 쳤다. 중국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코로나로 중국이 가장 크게 잃은 건 결국 세계의 신뢰다.
박성훈 / 베이징 특파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