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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중국 경제, 예외는 없다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에서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국가는 중국일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와 대외정책은 국제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연 중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 경제를 통해 대외정책의 기조를 예상할 수 있을까. 중국이 2030년까지 5~6%대의 고속 성장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중국이 특별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많다. 다른 나라의 경우엔 소득이 높아질수록 성장률이 하락하는 법칙이 작동하겠지만 중국은 예외라는 것이다. 노동력이 여전히 풍부할 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이 이전보다 높아짐에 따라 추가적인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생각한다. 또 엘리트의 집단학습과 상호경쟁 덕분에 유능한 정치인이나 관료가 계속 배출될 것으로 믿는다.
 
‘중국 특별론’은 학문의 검증을 통과하기 어렵다. 노동력의 원천은 시간이 지나면 마른다. 이농(離農)은 농촌인구가 줄고 도시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사라진다. 출산율도 하락한다. 더욱이 중국은 오랫동안 고집해 온 ‘한 자녀 정책’ 때문에 노동 공급이 크게 줄 수밖에 없다. 교육으로 인한 인적자본 축적 효과도 크지 않다. 문화대혁명 기간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세대를 상대적 고학력 세대가 대체하는 기간에도 이로 인한 성장률 증가는 연 1% 이하에 머물렀다. 더욱 믿기 힘든 주장은 집단학습 덕분에 중국이 발전한다는 논리다. 과연 공산당 일당 체제에서의 집단학습이 민주주의에서의 자유로운 교육과 토론보다 인적자본 배양에 효과적일까. 그렇다면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실상 중국 경제는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장기 성장률을 결정하는 중국의 생산성은 크게 하락했다. 1978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경제가 연평균 10% 성장했을 때 이 중 3분의 2는 자본과 노동, 3분의 1은 생산성이 상승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3~4% 오르던 생산성 증가율은 2009년부터 연 1% 이하로 떨어졌고, 2014년부터는 더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즉 지난 15년 동안 중국의 고성장은 공장을 짓고 주택·도로 등의 인프라에 투자한 결과일 뿐 구조개혁과 혁신의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자본과 노동 투입에 의존하는 외연적 성장(extensive growth)은 지속할 수 없다. 노동 공급은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고 자본투자로 인한 성장률 제고 효과는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전의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빚을 내어 더 많은 자본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 중국은 부채주도 고속 성장과 연 3∼4%대의 밋밋한 성장 사이 기로에 섰다.
 
중국이 빠진 중진국 함정의 골은 깊다. 공산당 일당 지배라는 정치제도가 그 뿌리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장기 고도성장은 사회주의 경제를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체제이행에다 농업국이었던 중국이 공업국으로 변모하는 경제발전이 더해진 결과다. 그래서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했다. 그러나 도농(都農)간 인구이동에 기반을 둔 성장의 유효기간은 끝났고, 체제이행은 가장 중요한 부분을 남겨 놓은 채 중단되었다. 바로 국유기업과 국영은행의 사유화다. 효율적인 사기업이 시장에 진입하도록 만들고 경쟁에서 퇴출당한 국유기업은 파산시켜야 생산성이 올라간다. 그러나 국유기업 파산은 공산당의 이익에 반한다. 더욱이 시진핑 정부가 들어선 다음 국유기업의 사유화도 중단됐다. 이런 국면에 은행의 사유화는 꿈꿀 수도 없다. 생산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주된 통로가 다 차단되었다.
 


국유기업과 국영은행은 공산당을 경제적으로 지탱하는 기둥이다. 국유기업은 사기업보다 국영은행으로부터 저리(低利)로, 돈을 더 쉽게 빌릴 수 있다. 이 자금을 그림자 금융에서 더 높은 금리로 대출하거나 부동산 사업에 활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국유기업 경영자가 공산당원일 경우에는 개인 특성이나 기업 성과와 관계없이 비(非)공산당원일 때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보수를 받는다. 공산당원이라는 정치적 관계를 매개로 공산당, 기업, 은행이 밀착한 구조다. 이 밀착이 긴밀할수록 공산당원의 가치는 올라가고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진다. 공산당과 국유기업 및 국영은행이 정치경제 카르텔을 형성한 셈이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이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하다.
 
중국 경제 향방은 국제질서와 지정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만약 시진핑 정부가 성장률 감소를 무릅쓰고 부채를 축소하는 정책을 편다면 대외정책도 장기적 관점을 견지할 것 같다. 적어도 몇 년 동안은 대외적 위험을 회피하고 경제적 내구력을 기르는 데 집중할 개연성이 높다. 반면 부채축소라는 안정화 정책을 포기하고 인위적으로 성장률을 높이려 한다면 마음이 급하다는 신호다. 대외정책도 단기 승부 쪽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근본적인 정치개혁 없이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돌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치와 경제가 서로 피 흘리며 충돌하는 지점에 중국이 와 있다. 그리고 세계가 그런 중국 위에 얹혀 있다. 정초에 소망 대신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김병연 /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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