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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시카고 범죄 데이터

박춘호

박춘호

매달 시카고 경찰국은 범죄 현황 데이터를 공개한다. 시에서 발생한 범죄를 유형별로 나눠 발표하고 전달, 전년과의 수치도 함께 밝힌다. 이 자료를 계속 접하다 보면 시카고의 범죄 발생 현황을 한 눈에 파악하기 쉽다. 당연히 연말에는 한해 범죄 발생 추이를 공개해 이전 해와의 비교도 한다. 
 
1월1일 시카고 경찰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총격과 살인사건 등 주요 범죄는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약 13% 가량 줄었으니 적은 폭은 아닌 셈이다. 반면 차량 탈취 범죄와 같은 사건은 90% 가까이 폭증한 결과도 함께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조금 더 세분할 필요가 있기에 다른 자료도 찾아보게 됐다. 우선 살인과 총격 사건이 발생하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밝힌 자료가 있다.  
 
기본적으로 시카고는 흑인 밀집지역과 살인사건 발생 지역이 겹쳐지게 된다.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시카고가 전통적으로 인종별로 모여 사는 현상이 심한 것도 한 원인이 된다.  
 
작년 통계 자료 역시 마찬가지다. 살인과 총격사건을 합친 범죄 발생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오스틴으로 208건이었다. 또 훔볼트파크가 162건, 샤우스쇼어가 158건, 오번 그레샴이 153건, 노스 론데일이 148건, 웨스트 잉글우드와 그레이터 그랜드 크로싱이 145건 등으로 집계됐다. 로즈랜드와 차탐, 이스트 가필드파크, 잉글우드, 웨스트 풀만 지역 역시 범죄 다발 지역으로 꼽혔다. 모두 서부와 남부 지역에 속한 지역들로 한인들이 많이 모여 있는 북쪽과 북서부 지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들 범죄 다발 지역에서의 범죄 발생이 2021년에 비하면 큰 폭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노스 론데일과 웨스트 풀만 지역은 전년 대비 42%의 감소율로 범죄 발생폭이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직 사우스 론데일만 5%의 증가를 나타냈을 뿐 시카고의 우범 지역 골고루 강력 범죄 발생이 줄었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 범죄 발생이 크게 늘거나 줄었다면 해당 지역의 특별한 활동이나 단체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렇게 시 전체에서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주민들의 체감도 역시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강력사건 피해자의 인종을 보면 더욱 극명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살인사건 피해자 중에서 529명이 흑인이었고 백인 히스패닉으로 분류된 희생자가 119명이었다. 백인이 30명, 흑인 히스패닉 5명이었다. 아시안은 3명, 분류가 안된 희생자 숫자가 2명이었다.  
 
희생자들의 나이를 보면 20대에서 39세 사이의 청년층이 431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19세까지가 111명이었다는 사실은 거리에서 총격으로 숨진 어린 아이들의 숫자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사실을 종합했을 때 시카고에서 발생하는 총격, 살인사건 등의 강력범죄는 시 남부와 서부의 흑인 밀집지역에서 30대까지의 청년층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또 작년에는 일부 범죄를 제외하고는 전년 대비 강력 범죄 발생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고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작년 시카고의 강력사건 발생 감소를 두고도 많은 설명이 나오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은 코로나19 팬데믹에 접어들면서 폭증한 범죄가 줄어들고 있다라는 점이다. 시카고와 마찬가지로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주요 범죄는 하락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과 LA, 필라델피아, 워싱턴 DC 등도 모두 작년 범죄가 감소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시카고의 경우 노스 론데일 지역이 가장 감소폭이 컸는데 이는 지역단체와 시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범죄 예방 프로그램이 영향을 발휘했다고 보는 해석이 유력하다. 즉 이 지역에서는 지속적인 강력범죄 발생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앞장 서 예방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의 노력은 범죄 발생에 크게 노출된 청년층을 대상으로 스포츠 캠프 등을 만들어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운영으로 이어졌다. 또 범죄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상담, 정신 건강 체크 등으로 범죄가 더 확산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았다고 알려졌다.  
 
물론 이런 노력은 1~2년만에 결실을 보기에는 힘든 것들이다. 노스 론데일 역시 20여년 가까이 이런 노력들이 지속됐고 이제 막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견해다. 시카고 시청은 이 지역을 시범 지역으로 선정해 우선적인 예산 지원 등으로 도왔다.
 
시카고 경찰은 강력 범죄 발생이 증가하면 경찰 인력 증원이나 우범지역에 대한 순찰 등의 기본적인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단순한 접근만으로는 만성적인 시카고의 범죄 발생을 단기간에 잡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지역 주민들과 합심해 청년층들이 범죄에 덜 노출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역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될 수 있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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