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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반 고흐의 그림처럼

안유회 에디터·국장

안유회 에디터·국장

새해가 밝았다. 희망찬 것인지까지는 불확실하지만, 새해는 왔다. 한 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아쉬움의 자리에 기대와 희망을 채우는 법인데 올해는 의례적으로 있을 법도 한 기대와 희망이 이례적으로 적었다.
 
언론만 봐도 그렇다. 연말께면 새해엔 가능하다며 공상과학 같은 희망이라도 재미로 내놓는데 올해는 아니었다. 오히려 경기침체 가능성이 20%에서 70%까지 오르는 전망 기사가 중계방송처럼 이어졌다.
 
최대 현안도 대부분 지난해의 난제였다. 경기침체부터 실업률, 임금,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대결, 코로나19, 기후변화까지 대부분 지난해의 문제이거나 잠복했다 불거질 만한 것이었다.
 
이를 예고라도 하듯 지난해 연말을 장식한 것은 눈 폭풍과 주가 급락이었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덮친 눈 폭풍과 한파는 영화 세트장 같은 기묘한 모습을 연출하며 기후변화가 불러올 미래를 예고했다. 2021년 텍사스 한파의 충격 이후 1년여 만이라는 점도 위협적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원인은 같다. 북극 찬바람이 온난화로 약해진 제트기류를 뚫고 내려왔다. 다만 발생 주기가 짧아졌다.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산타 랠리가 사라졌던 주가는 새해 첫날부터 반짝 상승했다 하락장으로 돌아섰다. 10년 넘게 증시를 장악하며 세상을 삼킬 기세였던 IT 성장주는 코로나 시대의 광폭 상승과 함께 마지막 불꽃을 태운 것일까. 불안한 증시를 반영하듯 새해가 시작되자 경제지마다 배당수익이 높은 주식 기사를 쏟아냈다. 여기에 국채와 부동산까지 합하면 불안하지 않은 자산이 거의 없다.
 
금리 전망도 밝지 않다. 시장은 금리 인상이 멈추거나 다시 내려가길 바라지만 인플레이션이 지속하는 한 기대하기 어렵다.  
 
실업률이 너무 낮거나 임금 상승이 이어지면 인플레이션은 멈추지 않고 연준도 금리를 내릴 수 없다. 다른 물가가 내려가도 한번 오르면 내려가기 어려운 임금이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잡기에 한계가 있다. 벌써 새해엔 임금이 오르는 저소득층이 유리하고 고소득층이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불리까지 따질 정도인가 싶긴 하지만 인플레이션 잡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만은 분명하다.
 
코로나19도 완전히 끝날 조짐이 없다. 변이 확산과 방역을 완화한 중국 관광객의 대량 확진에서 보듯 끝난 듯 끝나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는 이제 반쯤 지났을 뿐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지나치게 기술적이라고 여길 수는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 다시 불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각심은 사라지고 집중적 대처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에서 일이 터지면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부담은 더 커졌다.  
 
드러난 리스크는 이미 리스크가 아니라는 말에 기대면 헛된 기대나 위험한 희망보다는 현실을 인지하고 조심스럽게 해를 맞는 것이 꼭 나쁠 것은 없다. 적어도 현실을 무시한 무모한 돌진은 하지 않을 것이고 돌격보다는 진지전의 자세로 조심스럽게 현실을 잘 지키다 보면 위기에서 기회가 나올지도 모른다. 빈센트 반 고흐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는 앞쪽으로 황금색 밀밭이 펼쳐져 있고 밀밭 사이로 길이 나 있다. 들판 끝에는 검푸른 하늘이 드리웠고 검은 까마귀가 전조처럼 날고 있다. 일자리가 넘치고 임금이 오르는 현실과 어두운 거시경제처럼. 전망에 비해 현실이 지나치게 화사한 것일까, 현실에 비해 전망이 지나치게 어두운 것일까. 올해는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닮았다.

안유회 / 에디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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