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 칼럼] 결심하기 딱 좋은 새해

류정일 경제부 부장

류정일 경제부 부장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을 원작으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2007년 영화 ‘더 미스트’는 충격적인 반전 결말로 기억된다. 안개에 휩싸인 소도시에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나타나고 마켓에 갇힌 주민들이 겪는 공포 스릴러다. 마켓 밖은 괴물들로 위협하고, 안은 사이비 종교에 빠진 이들이 늘어나면서 주인공 일행은 차를 타고 탈출을 결심한다. 그렇게 달리던 차는 개스가 떨어져 멈추고 절망한 일행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그러나 총알이 부족해 홀로 남은 주인공은 곧 안개가 걷히고 괴물들이 사라진 뒤 나타난 구조대 앞에서 오열한다.
 
보통 영화에서 주인공이 어떤 결심을 하고 행동에 옮기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 과정이 험난해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지만 결국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클리셰를 뒤집었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펩시, 내 전투기 내놔’도 흥미롭다. 미스트와 전혀 결이 다르지만, 주인공의 결심이 해피엔딩이 아닌 점은 비슷하다.
 
1995년 코카콜라와 경쟁하던 펩시는 700만 펩시 포인트를 모으면 해병대가 운영하는 수직이착륙 전투기 AV-8B 해리어Ⅱ를 경품으로 준다고 광고한다. 모두가 흘려 봤지만, 대학생 존 레너드는 등반하며 알게 된 사업가 토드 호프먼과 의기투합해 전투기를 받아내기로 한다.
 


펩시 12캔에 5포인트, 700만 포인트에는 840만 달러가 필요하다. 전투기 가격은 3000만 달러 이상으로 최소 2160만 달러의 차익을 낼 수 있다. 여기에 1포인트를 10센트에 살 수 있는 규정의 허점을 발견하고 이들은 ‘단돈’ 70만 달러 체크를 보내며 전투기를 달라고 요구했다.
 
‘레너드 대 펩시코’ 사건으로 비화한 양측의 법정공방은 결국 펩시의 승리로 끝난다. 단순한 광고를 위한 과장된 선전인데 실제 전투기를 경품으로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었다.
 
새해 결심을 하는 이들이 많다. 결심은 과거의 거울이기도 하다. 후회, 회한, 결핍, 걱정을 새해라는 새로운 타임라인에 맞춰 결심으로 리셋한다. ‘자기계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일 카네기는 저서 ‘걱정하기 그만두고 살기 시작하는 법(1948)’을 통해 결심하는 순간 걱정의 50%는 사라지고, 그 결심을 실행하면 나머지 걱정의 40%가 더 없어진다고 했다.  
 
물론 잘못된 결심은 미스트의 결말처럼 새드엔딩을 낳기도 한다. 실천한다고 모든 게 잘 된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오늘에 충실하자는 뜻 아닐까. 카네기의 말처럼 확실한 건 오늘이고, 현명한 사람은 매일매일 새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대기업 펩시와 제대로 싸워 패배한 호프먼은 결심과 실천에 관한 울림 있는 한마디를 전한다. 뇌종양을 극복하고 등반에 성공한 뒤 정상에서 그는 말한다. “오해의 소지가 분명한 광고를 해줘서 고마워, 펩시. 소송에서 안 졌다면 나는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 거야.”
 
하나 더 좋은 소식을 전하자면 올해는 특히 새롭게 결심하고 실천하기에 더없이 좋은 한 해라는 점이다. 한국의 행정 기본법이 오는 6월 28일 자로 일부 개정돼 나이 기준이 ‘만 나이’로 바뀌어 통일되기 때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1살이 되는 괴상한 방식을 끝내는 것으로 누구나 1~2살은 더 젊어지게 된다. 물론 나이는 숫자일 뿐이지만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새로 결심하고 실천하기 더없이 좋은 2023년 계묘년이 되리라 기대한다.

류정일 / 사회부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