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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터어택] ‘라스트 댄스’ 타령은 그만

2022 카타르월드컵 축구대회가 끝난 지 벌써 13일이 넘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승부차기에서 실축 선수가 누구였더라. 가물가물하다. 이렇게 장면들은 하나둘 잊힌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것 같은 게 있다. ‘라스트 댄스’라는 용어다. 졸업무도회(프롬)도 아닌데, 어찌나 갖다 붙이던지.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등 30대 중반 선수만 나오면 죄다 ‘라스트 댄스’다.
 
언제부터 ‘라스트 댄스’였나. 샤론 스톤 주연의 영화(1996년)나 귄터 그라스의 소설(2004년) 정도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다 ‘피겨퀸’ 김연아가 은퇴 무대였던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 출전했을 당시 ‘라스트 댄스’ 사용이 늘었다. 그 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2020년 넷플릭스가 방영한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다큐멘터리 제목으로 재등장하면서 다시 득세했다.  
 
사실 조던보다 소속팀인 미국 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와 필 잭슨 감독에게 더 잘 어울리는 용어였다. ‘시카고 왕조’의 몰락을 예감한 잭슨 감독이 1997~98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나눠줬던 다이어리 제목이 ‘더 라스트 댄스’였다. 시카고의 두 차례 NBA 파이널 3연패 중 마지막이 된 그 시즌을 상징하는 최적의 용어였다.
 
‘라스트 댄스’에 대한 전 세계 미디어의 집착은 카타르월드컵에서 자기모순까지 낳았다. 명색이 ‘라스트’ 댄스인데, ‘또 본다’ ‘이어진다’ ‘계속된다’라더니, 급기야 수식어로 ‘마지막’까지 등장했다. ‘마지막 라스트 댄스’라니. 선수 본인들도 ‘라스트 댄스’라고 생각했을까. 월드컵 우승 직후 메시의 한마디는 모두를 머쓱하게 했다. “축구와 내 일을 사랑한다. 챔피언으로서 몇 경기 더 국가대표팀에서 뛰고 싶다.” 아니 뭐야, 결승전이 메시의 ‘라스트 댄스’가 아니었잖아.
 


간혹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는 선수가 있다. 대개 “후배에게 기회를 열어주려고” 등의 이유를 댄다. 그러면서도 선수 생활은 이어간다. 메시도 2016년 코파아메리카 직후 국가대표 은퇴를 발표했다가 번복했다. 그런 선수를 볼 때마다 이동국을 생각하게 된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그의 국가대표 발탁이 관심사였다. 당시 38살이었던 그에게 누군가는 “노욕”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말했다. “선수 생활을 은퇴하기 전까지는 국가대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실력이 안 되면 대표팀에 못 들어가는 게 당연한 거다. 굳이 은퇴한다고 해서 안 들어가는 건 조금 비겁한 변명이다.” 그렇지, ‘라스트 댄스’는 모름지기 예고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야 더 멋지고 값진 거지.

장혜수 / 한국 콘텐트제작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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