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읽기] 트럼프 처리에 관한 역사의 교훈
미국 최악의 대통령을 들라면 민주당 출신의 제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이다. 그는 남북전쟁 당시 남부의 테네시 출신이면서도 링컨 대통령의 뜻에 동조했다. 남부가 차례로 연방을 탈퇴했지만 그는 연방에 남아있었다. 노예제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실제로 그는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다. 남부 출신이면서 연방 탈퇴에 반대해 북부에서는 정치인으로서의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출신 지역인 테네시 등 남부지역으로부터는 배신자 소리를 들었다. 링컨 대통령은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는 차원에서 존슨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대통령과 부통령의 소속 정당이 다른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존슨은 부통령이 되었지만 시작부터 좋지 않았다. 정치적인 포지션이 너무나 어중간해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취임식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그는 위스키를 잔뜩 마시고 취임식장에 입장했다. 그에게 주정뱅이 부통령이란 말이 생긴 이유다. 그런데 그를 부통령으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옹호했던 링컨이 불과 취임 한달 만에 포드 극장에서 암살되는 일이 벌어졌다. 링컨의 사망으로 존슨은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었다. (100년 후인 1974년 닉슨의 사임으로 제럴드 포드가 또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대통령이 되었다)
존슨은 현직 대통령임에도 경선에서 패해 일찌감치 재선에 실패했다. 의회에 정치적 기반이 없어 재임 동안 수차례 탄핵을 당하는 등 시달림을 당했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자였기 때문에 미국 역대 대통령 평가 순위에서 늘 최하위에 머문다. 노예제도를 고수하는 남부 보수파에 힘을 실어줘 흑인 인권을 100년 뒤로 미룬 원흉이라고 지적받는 대통령이다.
존슨의 후임으로 남북전쟁의 영웅인 율리시스 그랜트가 대통령에 취임했다. 존슨은 그랜트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던 공화당과의 관계가 험악해져 후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이후 152년 뒤인 2021년 1월 도널드 트럼프가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는 기록을 이어받았다) 존슨은 탄핵 소동으로 인해 재선은 꿈도 못 꾸고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난 상태에서 백악관을 떠나게 되었지만 명예를 회복한답시고 정계에 남았다. 이후 테네시주의 상원의원이 되긴 했지만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사망 직전 존슨은 몸이 마비 상태가 된 상황에서도 의사의 진료를 거부하는 고집불통의 면모를 보이면서 의자에서 굴러떨어져 숨졌다.
지난 12월19일 연방의회내 ‘1월6일 위원회( House Jan.6 Committee )’의 마지막 청문회장엔 150여년 전의 존슨 대통령이 소환되었다. 위원회의 부위원장인 리즈 체니 의원이 남북전쟁 당시 북군 오하이오 보병연대의 중대장으로 싸운 자신의 고조부 사무엘 플리처 체니를 소개하면서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되는 존슨과 2021년 1월 의사당 반란을 조장하고 공모하고 방관한 트럼프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하원으로부터 탄핵을 당했고 반란을 조장했으며 국가적 위기를 방관한 대통령으로 존슨과 트럼프는 닮은꼴이다. 후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같다.
‘하원 1·6 위원회’의 마지막 청문회가 150여 년 전의 존슨 대통령을 소환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을 다시는 공직에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2021년 1월6일 연방의사당을 공격한 폭도들의 반란을 조사한 ‘하원 1·6위원회’는 트럼프 대통령을 ‘반란 또는 선동에 관한 법률(Violating 18 USC 2383)’에 의해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냈다. 2000년 1월23일 발효된 이 법은 누구든지 미합중국의 권위 또는 법률에 반하는 반란이나 폭동을 선동하거나 가담 또는 지원한 자는 벌금을 물거나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미합중국에서는 어떤 직책도 맡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중대범죄 행위로 인해 하원으로부터 탄핵당한 바 있고 ‘1·6 위원회’의 형사 처벌 권고도 있었다. 트럼프가 다시는 선출직, 또는 임명직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김동석 /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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