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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망경] 정신병동의 파시즘

한 주에 한 번씩 병동환자들을 아래층 몰(mall)로 내려보낸다. 그들을 몇 명씩 다른 방에 나누어서 직원들이 그룹테러피를 하기 위해서다. 그럴 때마다 내려가지 않겠다는 환자들이 몇몇 있다. 단체 생활을 싫어하는 마음가짐. 그중 반항기 많은 젊은이가 책임 간호사에게 “This is fascism!”이라고 소리친다. - 이건 파시즘이야!
 
어릴 적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농담 비슷하게 하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이건 ‘파쇼’에요!” 파쇼? 맞다, ‘fascio’! 이탈리아어로 ‘한 뭉치’라는 뜻. 1919년에 이탈리아의 무솔리니가 창시한 정치적 결속단체 이름이었다.
 
파쇼는 전체주의 또는 독재주의라는 의미로도 폭넓게 쓰이는 말. 주로 상대방을 농담 혹은 진심으로 비방할 때 사용된다. ‘그런 법’은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화법으로 보면 대체로 상식에 어긋나는 불법적인 여건을 지적할 때 좋은 표현이다. 한 정당이 말도 안 되는 수법으로 상대 정당에게 억지를 부리며 떼를 쓰는 장면이 떠오른다.
 
떼를 쓴다고 할 때의 ‘떼’를 사전은 ‘목적이나 행동을 같이하는 무리’라 풀이한다. 떼거리, 생(生)떼 하는 바로 그 ‘떼’. 영어의 ‘group’. 한 개인이 그룹이나 단체처럼 강력하게 떼를 쓴다는 어법이 흥미롭다. 암, 개인보다 단체의 힘이 강하고말고. 그래서 당신은 협회에 가입하거나 당원(黨員)이 되지 않았던가. 한 개인의 미약한 면목보다 소위 ‘fascio, 파쇼, 한 뭉치’로 뭉치는 힘이 언필칭 더 강하지 않은가 말이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인간은 천성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다”라 지적했다 - “Man is by nature social animal.” 당신과 나는 조석으로 페이스북을 열어 보고, 연말연시에 ‘Social Networking System (SNS)’를 분주하게 드나드는 삶을 영위한다.
 
‘social’은 14세기 불어와 라틴어에서 가정생활(home life)을 한다는 의미, 배우자와 같이 산다는 뜻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독신자는 사회적인 사람이라 할 수 없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다. ‘social’은 워낙 전인도유럽어로 누구를 따른다는(follow) 의미였다. 타인과 공존하는 일상을 위하여 상대의 의향을 따르는 우리가 아니던가.
 
개인주의(individualism)와 전체주의를 분별해서 생각한다. 우리는 개인의 개별성을 존중하는 시대를 사는 만큼 전체주의는 21세기에 발을 들여놓기가 힘이 든다. 그건 완전 파시즘! 파쇼다. 무분별한 단체주의 대신에 분별력 있는 개인 취향이 앞서가는 세상이다.
 
‘individual’이 하나의 사물 또는 물건이라는 뜻에서 개인(個人)이라는 의미로 변한 시기는 1640년경. 그 이전 서구인들에게는 ‘개인’이라는 말, 하물며 ‘개인주의’라는 개념이 전혀 없었다는 추론이 성립된다. 그들은 군주 또는 기독교적 교리를 따르며 추종했고 개인적인 성향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 ‘individual’은 ‘분리할 수 없는’이라는 뜻. 물질의 최소 단위인 원자(原子)에 해당하는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 이렇게 설파한다. - 사회는 개인을 앞장서는 그 어떤 것이다.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거나 자급자족하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어서 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짐승이거나 신(神)이다. - 그래서 나는 2022년 끝자락에서 당신에게 소리친다. Happy Holidays to You!

서량 / 시인·정신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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