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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미국에서 수난받은 크리스마스

Christmas 라는 말은 라틴어의 그리스도(Christus)와 모임(Massa)의 합성어로 사전적으로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모임 또는 의식’을 의미한다. 크리스마스가 언제부터 종교적인 의식으로 승화되고 대중화되어 온 세계인의 축제일로 발전하였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AD 303년까지만 해도 기독교 신학자들 사이에 사람의 탄생을 축하하는 것은 이집트 왕이나 죄인들이 하는 일종의 우상숭배행위로 비천 시 하는 경향이었다. 또 그것을 뒷받침하듯 성경도 예수 탄생에 대한 이야기는 누가복음에 약간 언급되고 있을 뿐 다른 성경은 그의 수난과 죽음, 부활과 구원에 훨씬 무게를 두고 있음도 사실이다.
 
공식적으로 12월 25일이 성탄절로 지정된 시점은 AD 350년, 로마 가톨릭 주교 율리오 1세가 이날을 ‘예수 탄신을 기념하는 날’로 선포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종교개혁 후 개신교는 이 결정이 성경에 의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로마의 태양숭배 사상과 연이 닿아있다며 한때는 성탄 축하 행사를 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기독교인은 물론 예수를 모르는 사람들조차 12월 25일을 ‘기쁘다 구주 오셨네’ 하며 트리도 장식하고 카드도 써서 보내는 등 축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참고로 율리우스력을 신봉하는 동방교회국인 몰도바, 레바논,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은 1월 7일을 성탄절로 지킨다고 한다.
 
미국은 청교도의 순수신앙 위에 세워진 나라다. 따라서 어느 나라보다 성탄절을 가장 열심히 지켜왔을 법하다. 그러나 청교도가 첫발을 디딘 뉴잉글랜드 지역의 경우 200년 넘게 크리스마스에 대한 반대가 심했고 중심도시 보스턴은 1659~1681년까지만 해도 성탄 행사 자체를 불법화하였다. 그러나 루트 교도들이 많이 살던 버지니아, 뉴욕, 펜실베이니아지역은 달랐다.
 
그들은 유럽에서의 관례대로 크리스마스를 지켰고 특히 독일계 주민들이 많이 살았던 베들레헴 같은 곳은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온주 국민이 앞다퉈 트리 장식 및 촛불 점화, 그림 모형들로 온 동네를불야성화하면서 ‘크리스마스 타운’이라는 별칭 속에 지금도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크리스마스로 인해 역사의 흐름이 바뀐 전사가 있다. 1776년 12월 24일의 ‘트렌톤 전투’인데 이날 조지 워싱턴 장군이 이끄는 독립군은 델라웨어강 저편에서 트렌톤 상륙준비를 끝내고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방어 중인 영국군은 시내에 진 치고 있었다. 문제는 대부분의 영국군이 물러나면서부터 크리스마스를 축제일로 삼고 지켜온 독일용병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무슨 전쟁이냐며 대낮부터 먹고 마시며 ‘메리 크리스마스’에 취해 있었다. 이날 밤 야음을 틈탄 기습전에서 워싱턴의 독립군은 대승했고 이후 미국이 독립전쟁에 승기를 잡게 된다.
 
미국은 1860년 뉴잉글랜드를 비롯한 13개 주가 성탄절을 법정 공휴일로, 1875년 그랜트 대통령에 의해 연방 공휴일로 서명 공표된다. 같은 해 크리스마스 아버지로 불리는 루이스 루팽에 의해 크리스마스 카드가 보급되기 시작했고 이후 수많은 책과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청교도 정착 후 200년, 독립 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잘못된 신앙관에 의해 예수 탄생의 기쁜 소식이 침묵했음은 안타깝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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