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똑같이 내는데 ‘무임승차’라니”
한국, 건강보험 가입조건 강화
재외국민, ‘차별 억울’ 반박
“6개월 지나야 자격”은 부당
영주권을 취득한 일부 한인은 차후 정부기관 통합시스템을 피할 목적으로 ‘재외국민 등록’도 기피하고 있다.
이달 초 한국 보건복지부는 공청회를 열고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했다.〈본지 12월 9일자 A-1〉 한국에서 재외국민과 외국인이 건강보험 혜택만 누린다는 일명 ‘먹튀’ 여론이 일자 가입 조건을 강화하겠다는 것.
추진안에 따르면 한국 국적자로 미국 등 해외영주권을 취득한 재외국민 또는 외국인(피부양자 포함)은 한국에 입국한 뒤 필수 체류 기간 ‘6개월’이 지나야 건강보험 지역가입이 가능해진다.
또한 외국인이 직장인 건강보험에 가입해도 피부양자는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아시아경제는 미국 거주 재외국민인 한인 A씨(40대)를 인용, “시아버지 밑으로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고 건보료를 꼬박꼬박 내는 건 똑같은데 정작 입국 후에 의료비 지원을 못 받으니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재외국민 사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21일(한국시각) 보도했다.
재외국민 또는 외국인의 한국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기존 3개월 한국 체류에서 6개월로 강화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재외국민 B씨(50대)는 “건강보험을 살리려면 6개월 체류해야 하지만 해외에서 사업하는 당사자로서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예고한 외교부와 통합시스템 구축 계획도 ‘재외국민보호’라는 재외공관 역할을 위협할 수 있다. 한인이 영주권을 취득해도 건강보험 유지를 위해 ‘재외국민 등록’을 기피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동안 한인 ‘유학생, 취업비자 취득자, 주재원’의 건강보험 자격은 ‘내국인’으로 한국 입국 직후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했다. 한인 영주권자도 건강보험 시스템이 해외영주권 취득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내국인으로 처리, 한국 입국 후 ‘출국으로 인한 급여정지’만 해제하면 됐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외교부와 재외국민 등록 여부를 공유하면 영주권자는 내국인 자격을 잃게 된다.
이럴 경우 한국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만 건강보험을 되살릴 수 있다. 영주권을 취득한 김모(60대)씨 부부는 “지난 가을 한국 입국 당일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내고 자격을 되살린 뒤 병원 진료를 봤다”며 “재외국민 등록을 안 한 것이 잘한 일 같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한국 국적자가 외국에 90일 이상 거주하거나 체류할 의사가 있을 때 재외공관에 등록하도록 권고한다. 이때 등록 당사자는 영주권 등 체류신분 서류 사본도 제출한다. LA총영사관 측은 “재외국민 등록은 연락처와 거주 주소 확인을 통해 재외국민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재외국민 건강보험 가입자는 2018년 2만4454명(외국인 포함 97만1199명), 2019년 2만7064명(123만9539명), 2020년 2만7068명(120만9409명), 2021년 2만7152명(126만442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재외국민·외국인이 낸 보험료는 1조5793억 원으로 약 5125억 원 흑자를 냈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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