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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판사의 리스트’와 대법원

‘판사의 리스트’는 두어 달 전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에, 서점에 들러서 진열된 책 중에서 고른 책의 제목이다.  미국 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범죄를 중심으로 범인들을 추적해 체포하고,  재판해서, 벌을 내리는 과정을 실감나게 그려낸 베스트셀러 작가 존 그리샴의 신작이다. 이 책 역시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자는 형사법 변호사로 일했고, 미시시피 주 하원의원을 지낸 경력이 있어 소설을 더 실감 나게 쓸 수 있는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책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플로리다주 어느 소도시에 있는 ‘사법 윤리 감사처’라른 곳에 어느 날 익명의 전화가 걸려왔다. 감사처 처장대리로 근무하던 40세의 여성 판사 레이시가 전화를 받았고 제보자와의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근 20년 동안 미제로 남아있던 연쇄살인 사건의 실마리를 잡게 되었다. 살인사건 수사 의뢰인은  40대 현직 여교수였다.  20년 전 법대교수였던  아버지의 강의실에서, 아버지와 학생 한명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고 흥분한 학생이 강의실 밖으로 뛰쳐나간 일이 있었다. 그 후 이 학생은 학교를 중퇴했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은퇴한 아버지가 산보 도중 뒤에서 목이 졸려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과거 20년 동안, 7건의 살인사건이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는데,  제리의 끈질긴 추적으로 자기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이 바로 이들 미제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아내게 된다. 아버지 살해에 사용되었던 도구가 캠프장에서 쓰이는 나일론 끈이고 이 끈으로 뒤에서 피해자들의  목을 조르는 범행 수법이 동일했기 때문이다. 살해  동기는 범인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모욕했거나, 금전적 손실을 입힌 것 때문으로 추측됐다.
 
한편  누구인가 자기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범인 바니크 판사는 병을 핑계로 휴가를 내고, 수술을 통해 지문까지 바꾼다. 그리고 변장까지 하고, 레이시 판사와 제리 교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20년 전 시작됐던 살인사건들의 실마리가 풀리고 FBI(연방수사국)까지 범인 추적에 참여하면서 바니크는 더 이상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현실적으로 바니크 같은 판사 연쇄살인범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저자는 교육 수준이나 사회적 지위와 관계없이 그런 범죄자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이어 저자는 현직 판사들이 저지르는 비행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알코올 또는 약물 중독 판사가 있는가 하면, 뇌물을 받거나, 판결을 일부러 질질 끄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한쪽 들어주기,  정치판에 끼어들기 등 판사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드물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5, 6년 동안 정치권이 요동을 치면서, 평소 뉴스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대법원 관련 뉴스가 부쩍 증가했다. 입법부와 행정부와 달리 사법부는 복잡하고 뒤엉킨 정치 현실을 떠나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리를 보장하는 등 법의 권위를 지키는 곳이라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자연히 사법부는 국회나 정부처럼 센세이셔날 한 뉴스는 드물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정치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면서 오히려 권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런 불안감이 나의 근거 없는 과민 반응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다.

김순진 / 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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