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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리턴 투 오피스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친구들을 만나면 늘 묻는 말이 있다. “요즘 사무실로 출근하시나요?” “얼마나 자주 나가세요?” 대부분은 일주일에 한두 번, 혹은 많게는 네댓 번 사무실로 출근한다고 대답한다. 많은 미국 기업에서는 원격지 근무와 사무실 출근제를 섞어서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적인 트렌드가 되었다.
 
다만 지난 코로나 기간 재택근무 시 침실에서 나오기만 하면 출퇴근이 끝나는 ‘시간 절약의 꿀맛’을 절감한 직원들에게 리턴 투 오피스, 즉 사무실 출근을 독려하는 것이 요즘 미국 회사 경영진들의 고민인 것 같다. 달라진 생활 리듬에 적응하는 것과 동시에 교통체증 스트레스를 매일같이 다시 마주할 정신적 맷집도 길러야 하기에 리턴 투 오피스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더퓨처포럼 서베이에 따르면 미국 경영진의 3분의 2는 일주일에 3~5일 사무실 근무를 원한다고 응답했지만, 직원들은 3분의 1만이 사무실 근무를 원한다고 말할 정도로,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상당한 괴리감이 존재한다. 경영진은 사무실 근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문화를 결속하려는 목표가 있고, 직원들은 출퇴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할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또 잘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회사 차원의 생산성 가치와 개인 차원의 효율성 및 유연성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까.
 
나라마다 시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구글은 지난해 자율적 오피스 근무제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에 주 3일 사무실 근무와 주 2일 원격 근무라는 하이브리드 근무제가 시작됐다. 물론 직원들은 본인 업무 성격에 따라 100% 원격지 근무 혹은 다른 도시 캠퍼스로의 전근도 지원할 수가 있다.
 
사무실에서 차로 7분 남짓 거리에 사는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 4일 이상 사무실에 나가서 근무한다. 사무실 출근을 하면 아침과 점심, 커피, 자동차 충전, 운동시설 등이 한 번에 해결되기 때문에 원격 근무할 때보다 훨씬 편리하다. 시차 때문에 회의가 이른 새벽부터 다닥다닥 붙어있는 날은 재택근무가 업무 처리에 유리해 집에서 일한다.
 
내가 사무실 출근을 진짜 반기는 이유는 회사에서 누리는 복지 혜택이 아니라 동료들을 대면할 수 있어서다. 동료들을 직접 만나서 얘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즐거울 뿐 아니라 업무 효율성을 높여준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팀에 있는 나는 매일같이 여러 부서와 유기적으로 일해야 한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많은 일이 다른 팀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다. 원격근무를 하는 경우 15분 혹은 30분짜리의 1대 1 화상미팅을 보통 하루에 10개 이상 하면서 팀 간 조율을 통해 프로젝트를 진척시킨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날은 복도를 지나가다가, 휴게실을 가다가 마주치는 동료들에게 그때그때 궁금할 것을 물어보게 된다. 굳이 1대 1 미팅을 하지 않아도 되어, 미팅 서너 개를 줄일 수 있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얘기를 하다가도 자연스럽게 업무 얘기로 빠지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게 된다.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씨앗이 된다. 직원들은 사무실 출근의 유용성을 자연스럽게 공유하게 된다. 나오지 말라고 해도 본인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또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사무실로 나오게 된다.
 
또한 구글은 1년 중 4주는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웍 프롬 애니웨어 (Work from Anywhere)’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 여행을 하든 휴양지에 머물든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다면 전 세계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선택권과 자율권을 주고 있다. 최근 나는 지난 한 달을 한국에 머무르면서 ‘웍 프롬 애니웨어’ 기회를 활용했다. 일을 마친 후나 주말에는 자주 못 봤던 가족과 친구를 만날 수 있었고, 그중 한 주는 휴가를 사용해서 지리산 종주도 하고 제주도 일주 도보여행도 다녀왔다. 지난 한 달을 태평양 건너에 있었지만 개인 시간을 보내면서 업무도 알차게 마칠 수 있었다.이렇게 직원들을 믿어주는 회사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졌다. 개인의 업무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리턴 투 오피스를 장려한다면 회사 차원의 생산성과 개인 차원의 효율성은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정김경숙 / 구글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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