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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한인사회 미래’ 1세들만의 고민인가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그들의 만남은 그야말로 팔팔하던 시절 시작됐다. 모임 참석자들의 연령층은 40~50대.  비즈니스맨, 금융인, 예술가, 전문직 등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사람들이었다. 직업도 다르고 학연이나 지연으로 엮인 사이도 아니었지만 모임은 30년 가까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좋은 전시회나 음악회가 있으면  함께 즐기고 한국의 석학이나 유명 작가를 초청해 강연회도 열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과 관심, ‘우리’라는 동질감이 그들을 끈끈하게 묶어준 공통분모였다.  
 
얼마 전 그들이 모처럼 다시 뭉쳤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서로 안부만 묻고 지내다 3년 만에 처음 모임을 가진 것. 그렇게 만난 10여 명은 LA다운타운에 있는 브로드웨이 모던 뮤지엄에서 열린 전시회를 관람하고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단절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반가움도 컸다. 금세 3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이 메워졌다. 그동안 많은 변화도 있었다. 한국으로 역이주한 회원이 있었고,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 한 분도 있었다. 얼굴엔 어쩔 수 없는 세월의 계급장이 늘었고, 이젠 장시간 운전이 버겁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과 마음만은 팔팔하던 30년 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풀어놓은 이야기보따리에는 한인사회가 담겨 있었다. 1세들이 헤쳐 온 고난의 길이었다.
 
한인사회가 세대교체기에 들어선 듯하다. 요즘 한인 업체나 단체들을 보면 속속 새로운 얼굴들이 핵심으로 등장하고 있다. 팬데믹을 겪으며 그 속도는 더 빨라지는 것 같다.  
 
세대 교체는 거부할 수 없는 순리다. 한인사회 역시 1세들의 은퇴가 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한인사회의 세대교체는 단순히 인물 변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얼마 전 사임을 발표한 낸시 펠로시 연방하원의장의 말처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된 듯 싶다. 이제 한인사회도 세대교체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의미다.
 


 2세들은 1세보다 미국을 훨씬 더 잘 안다. 언어, 문화의 장벽도 못 느낀디. 그들에게 1세들이 겪었던 한계들은 별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이런 그들이 한인사회의 주역이 되면 더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한구석엔 뭔가 찜찜함이 생긴다. 과연 그들이 1세 만큼 ‘한인사회’의 중요성을 생각하고 있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한인 1세’ 그들은 누구인가? 보통 청소년기나 청장년기에 미국으로 이주했으면 1세라고 칭한다. 한글과 한국말이 더 편하고 한국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만 생활 터전은 미국인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1세대 하면 떠오르는 몇몇 단어들이 있다. 맨주먹, 땀과 눈물, 끈기, 도전, 재기…. 일부 예외도 있지만 초창기 한인들은 맨손으로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온 가족이 달랑 1000~2000달러를 들고 낯설고 물설고 말도 통하는 않는 곳에서 제2의 삶을 개척한 것이다.  
 
그들은 온갖 어려움과 차별을 이겨내고 오늘의 한인사회를 이끌었다. 한국이 압축·고속성장으로 단기간에 빈국에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듯이 1세들은 짧은 이민역사에도 불구 한인사회를 손꼽히는 이민자 커뮤니티로 만들었다. 성공에 대한 개인적 욕망이 우선이었겠지만 ‘한인사회’라는 울타리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컸다. 때로는 지나친 개인 욕심으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토대를 닦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대교체기라고는 하지만 아직 한인사회를 움직이는 주역은 1세들이다. 각종 주요 이슈들도 이들의 참여가 있어야 진척을 보인다. 그렇다면 미래의 한인사회를 위해 무엇을 남겨줘야 하고, 무엇을 물려받아야 할까. 1세들의 고민은 보이는데 2세들의 노력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과연 2세들은 그다음 세대에 ‘한인사회’라는 울타리를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을까?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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