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이 마른다…한인 은행 '돈맥경화'
남가주 6곳 예대율 100% 육박
예금고 기준 대출 가능액 결정
빌려줄 돈 부족 실적악화 우려
3.25~4.25% 스텝업 CD 출시
남가주에 본점을 둔 한인은행 6곳의 예대율이 극심하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본지가 한인은행들이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제출한 2022년 3분기 실적 보고서(call report)를 분석한 결과, 6곳의 예대율(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이 91~9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3분기 기준 가장 높은 예대율을 기록한 은행은 뱅크오브호프로 99.8%였다. 〈표 참조〉 거의 100%에 근접한 것이다. PCB뱅크는 뱅크오브호프 다음으로 높은 예대율을 기록했다. PCB뱅크의 예대율은 99.7%였다. CBB은행과 한미은행의 예대율은 각각 94.3%, 93.5%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US메트로뱅크(91.1%)와 오픈뱅크(91.0%)는 비교적 유동성이 풍부하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평가하는 적정한 수준의 예대율은 80~90%다.
은행들의 예대율이 중요한 이유는 재무건성성도 있지만 확보한 예금고를 기준으로 대출 가능 금액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즉, 예대율이 높으면 은행의 수입원 창출 창구인 대출 영업에 제약이 생기고 있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 입장에선 충분한 예금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한인은행권은 예대율이 심각하게 축소된 이유로 경기 하강과 통화 긴축정책에 따른 더 높은 이자 예금 상품으로의 자금 이탈을 지목했다. 인터넷 은행을 중심으로 한 예금 이자율은 4.5~5.0%에 달한다. 여기에 증시 불안까지 겹쳐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 이에 자금이 이자가 높은 저축계좌나 CD(양도성예금증서)로 몰려가는 상황이다. 심지어 은행 고객들도 이자율이 조금 더 높다면 바로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은행들도 예금 이탈이 계속되면서 예금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올 상반기만 해도 꼼짝하지 않던 은행들의 예금 이자율이 현재는 4%대까지 올랐다.
특히, 뱅크오브호프, CBB, US메트로뱅크까지 스텝업 CD를 출시한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는 게 한인 은행권의 분석이다. ‘스텝업 CD’는 월스트리트저널(WSJ) 프라임 이자율(Prime rate) 상승 폭에 맞춰 분기마다 금리가 올라가는 상품이다. 분기마다 바꿔서 적용되는 금리는 기존 금리보다 높은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기존보다 금리가 더 내려갈 위험이 없다고 한다. 단, 은행 상황에 따라 조기 종료될 수 있다. 현재 스텝업 CD 이자율은 3.25~4.25% 수준이다.
한 한인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지속해서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앞으로도 은행간 예금 유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한인은행들도 암암리에 예금 이자율을 올리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우훈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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