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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마지막 주사

누가 내게 선의를 베풀다가 “이번이 마지막이야” 라고 말한다면 그동안의 선의에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서운하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최후나 마지막이 소재인 이야기는 많다. 가장 잘 알려진 것들이 ‘최후의 만찬’과 ‘마지막 잎새’다.  
 
제자와의 최후의 만찬에서 이분은 빵을 들어 보이며 “이것은 나의 살이다”라고 말했고, 또 포도주를 가리키며 “이것은 나의 피다”라고 말씀하셨다. 빵이나 술이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한다.
 
소녀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창밖 벽의 넝쿨나무 잎사귀를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다가오자 잎새는 다 떨어지고 마지막 하나만 남았다. 소녀는 막연히 ‘저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면 나도 죽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소녀가 잠든 사이 마지막 잎새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잎새와 똑같은 그림을 그렸다. 소녀는 그 마지막 잎새를 바라보며 희망을 갖게 되었고 봄이 되자 병은 완치됐다. 아무리 작은 희망도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다.  
 
발에 붓기가 있어 원인을 알고 싶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피검사가 필요하다며 대상포진 예방주사도 맞으라고 했다. 간호사는 팔에 예방주사를 놓으며 며칠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포진 예방주사를 맞은 지 10년이 되어서 다시 맞는 것이라고 알려줬다. 그러면서 이번 예방주사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했다. 왜냐고 물었더니 지금 연세가 84세이니 더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간호사는 내가 94세까지 산다는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지, 아니면 그 나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뜻으로 그 말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나는 94세까지는 살 수 있겠구나”라고. 그러자 기분이 좋아졌다.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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