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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훌륭한 대통령의 자격

김동필 논설실장

김동필 논설실장

도널드 트럼프의 2016년 대통령 선거 승리는 극적이었다. 투표 마감 직후까지도 경쟁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 전망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언론의 오보 사태까지 벌어졌다. 트럼프의 당선은 ‘아웃사이더’의 승리라는 면에서 의미가 컸다. 그동안 대통령 자리는 정치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범위를 좁혀 1990년 이후만 살펴봐도 조지 부시 부자,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모두 정치인 출신이다. 지금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몇몇 아웃사이더의 시도가 있었지만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중적 인지도와 확실한 지지층을 기반으로 고정관념을 깨 버렸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막상 고지에 오른 후에는 확장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우선’, 국내에서도 극우, 극보수 성향의 지지층에만 기대다 보니 스펙트럼이 넓지 못했다. 지지층은 열광했는지 모르지만 반대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늘었다. 트럼프는 자신을 찍지 않았던 절반이 넘는 유권자의 존재는 잊은 듯 보였다. 사실 트럼프는 ‘승자독식’이라는 독특한 미국 대통령 선거제도의 수혜자다. 그 덕에 전체 득표에서는 클린턴에 200만 표 가량 뒤졌지만 확보 투표인단 수에서 앞서 당선됐다. 승리감에 취해 이런 사실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미 한참이 지난 대선 얘기를 꺼낸 것은 ‘예(Ye)’라는 흑인 래퍼 때문이다. 과거 카니예 웨스트로 활동하다 이름을 바꾼 그는 다수의 에미상을 받은 유명 음악인이자 성공한 사업가다. 2016년 대선 당시 흑인 유명인으로는 드물게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해 주목받기도 했다. 부와 유명세를 가졌다는 면에서 트럼프와 비슷하다.  이런 그가 트럼프에게 자신이 2024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테니 부통령 후보로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말을 들은 트럼프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그의 발언을 접하고 트럼프에게 미흡했던 ‘대통령의 자격’이 떠올랐다. ‘예’는 인종주의적 발언이나 돌발 행동이 잦았고 최근에도 반유대인 발언으로 비난을 받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가 대선 얘기를 하는 것은  ‘제2의 트럼프’가 될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중적 인지도에 소수라도 확실한 지지층만 있으면 가능할 수 있다는….
 
그러나 대통령은 누구나 꿈을 꿀 수는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더욱이 ‘훌륭한 대통령’의 평가를 받으려면 남다른 자격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역사 교재를 제공하는 ‘유에스히스토리(UShistory.org)’가 꼽은 몇 가지 조건이 눈길을 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을 연구한 역사학자들이 정리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훌륭한 대통령의 자격’ 가운데 첫 번째는 국가의 미래에 대한 강력한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시대를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고, 효과적인 소통 능력도 중요하다.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정책이라도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시행할 수 있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당연히 위기관리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나름의 개성과 진실성도 갖춰야 한다. 그리고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현명한 인사, 행정부의 견제 기관인 의회와의 협상 능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강조하는 내용이 한 가지 더 있다. 대통령은 미국의 미래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대통령들은 이 중 몇 가지나 갖추고 있을까?  훌륭한 대통령을 자주 만나기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경험상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서민들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세금이 조금 오르거나 내리고, 사회보장정책이 약간 확대되거나 축소되고, 이민 문호가 조금 넓어지거나 좁아지는 등의 변화 정도였다. 어차피 민주당 아니면 공화당 소속의 대통령 아닌가.  
 
당장의 공약도 중요하지만 어떤 국가의 미래를 그리고 있고 이를 실현해 갈 능력이 되는지가 더 중요한 대통령의 자격 아닐까 싶다.   

김동필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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