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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친애하는 미국인 동료 여러분”

“축하합니다. 당신이 미국의 가치를 믿고 우리를 선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든 이민자는 저마다의 사연과 다른 환경 속에 미국에 옵니다. 하지만 저의 집안을 포함한 이전 세대 이민자처럼 한 가지 분명한 특성이 있습니다. ‘용기지요.’ 당신의 모든 추억, 살던 집, 예전 삶, 사랑하는 사람…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다른 나라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면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여정은 단지 새 장소로 옮겼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당신은 ‘이상(idea)의 일부’가 되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상은 모두가 평등하게 태어났음에 똑같이 대우받을 권리를 보장합니다. 또한 우리는 ‘기회의 나라’가 영원하리라는 것을 압니다. 이런 이상은 우리나라가 건국될 때부터 당신과 같은 이민자들의 ‘헌신, 희생, 희망’ 덕에 더 풍요롭고 성숙하게 앞서나갔습니다.
 
미국 시민권자로서 당신이 삶과 역사의 무게를 감당하는 만큼, 이민자들의 위대한 나라의 동료가 된 당신을 환영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통령 조 바이든
 
시민권을 신청한 A씨, “왜 국적을 바꾸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독수리 여권을 한번 갖고 싶다”는 단순한 대답을 했다. 그는 태어나 20대까지 한국에서 살았다. 그리고 30대는 외국인 노동자, 영구거주자로서 미국에서 보냈다. 그는 ‘남의 나라’에서 살면서 ‘본인 스스로 국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고 한다.
 
나라마다 애국심을 강조한다. 그만큼 국적을 버리거나 포기하는 일이 쉽지 않다. 한국은 65세 미만의 복수국적은 허용하지 않기에 국적을 바꿀 때 ‘내적갈등’은 더 심하다. 하지만 국적은 한 정치적 공동체(국가)의 일원이라는 약속과 보장일 뿐이다. 자유의지로 본인의 정치적 공동체를 선택하는 경험은 예사롭지 않은 기회기도 하다. 본인의 의지로 삶의 터전과 이상향을 진중하게 되짚어 볼 수 있다.
 
A씨는 시민권 인터뷰 당일 엉겁결에 선서하고 귀화증서까지 받았다고 한다. 미국 헌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막상 남의 나라 미국이 내 나라가 된다는 사실이 얼떨떨했다고 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의 환영편지를 읽으며 적잖은 감동과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라는 본질을 진중하게 체득한 시간인 셈이다.
 
21세기 미국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계의 부러움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나라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본진’을 자부하며, 세계 패권을 움켜쥐고 쥐락펴락하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말대로 이민자의 나라다. 독립선언문과 헌법은 ‘생명, 자유, 행복추구’라는 이상을 이 사회가 나아가야 할 모습으로 명문화했다. 400년 동안 원주민, 백인, 아프리카계, 아시아태평양계, 라틴계가 뒤섞이며 ‘인종과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도 참 많다. 여전히 담금질이 한창이다. 전 세계 이민자가 모인 미국이기에 평가도 극과 극.  
 
그럼에도 미국은 인간의 자유의지가 모여 건국된 드문 나라다. 창조주가 모든 인간에게 부여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정부가 보장한다고 법으로 명문화했다. 불가침의 이상을 추구하는 나라인 만큼, 세속적인 잡음 속에서도 결국 ‘진보의 길’을 찾아가는 역사를 쓰고 있다. 지구촌에서 인류가 함께 살 수밖에 없는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 먼저 실천하는 나라라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 이민자 개개인과 정치적 공동체 사이의 계약과 이상 추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형재 / 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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