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 환호, 기적…'90분 드라마'에 빠지다
한인타운 3차전 단체 응원
300여 한인 ‘대~한민국’
극적 승리에 감격의 물결
타인종도 ‘코리안 원더풀’
2일 오전 8시 50분. LA한인타운과 한인 가정 곳곳에서 환호가 터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3차전, 한국 축구대표팀이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포르투갈을 2대 1로 이겼다. 이날 한인사회 단체응원전은 코리아타운 플라자, 해마루 식당, 풀러턴 은혜한인교회에서 열렸다.
1대 1 무승부로 끝날 것이란 아쉬움과 16강 진출 바람이 또 꺾일 것이란 분위기가 엄습해서였을까. 경기 후반 45분 손흥민의 영화 같은 드리블 돌파에 축구공을 이어받은 황희찬이 결승 골을 터트리자 코리아타운 플라자, 한인타운 아파트,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은 꿈 같은 현실을 만끽하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이날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코리아타운 플라자 실내 3층에는 한인 약 300명이 모여 단체 응원전을 펼쳤다. LA한인회(회장 제임스 안)와 LA시의회 10지구 사무실은 공동으로 200인치 대형 스크린을 준비해 3차전 경기를 중계했다. 진 최 발레스쿨은 북 두 개를 준비해 경기 내내 흥을 돋웠다.
주최 측은 손으로 흔들 태극기 150개, 빨간색 티셔츠 250개를 준비해 응원장을 찾은 이들을 반겼다. 응원객 대부분 10~80대 한인이었지만, 한인 친구와 함께 온 백인과 라틴계도 눈에 띄었다.
경기 전반 5분도 안 돼 히카르두 오르타에게 선제골을 내주자 코리아타운 3층은 침묵이 흘렀다. 일부는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역부족’일 수 있다는 체념도 드리웠다. 이른 아침 내리는 비를 뚫고 단체응원 현장에 나온 이들 얼굴에서 실망감도 엿보였다.
하지만 전반 26분 김영권이 동점 골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자 분위기가 살아났다. ‘해볼 만하다’는 응원전이 시작됐다.
오전 7시부터 자리를 지킨 김선아(40대)씨 남매는 “우리 팀이 이겨서 16강에 가면 좋겠다. 양측 모두 잘하긴 잘한다”고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딸과 응원전에 나선 미셸 서(50대)씨가 “우리 팀이 16강에 진출할 것 같다”고 말하는 순간 결승 골이 터지자 서씨는 “단체 응원 나오길 정말 잘했다. 경기도 정말 좋았고 (단체응원전) 주최 측이 설명도 잘해줬다”며 기뻐했다.
결승 골이 터진 뒤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한인사회 곳곳은 잔치 분위기였다. 단체응원에 나선 서수연씨(20대)는 “원래 축구를 잘 몰랐지만, 한국팀이 이기니까 너무 뿌듯하고 좋다. 16강 가서도 잘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경기를 봤다는 제임스 민(41)씨는 “축구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도 쫄깃했다. 마지막 결승 골 넣을 때는 울컥했다. ‘내가 한국 사람은 맞구나’ 싶다”며 감동을 전했다.
타인종 주민들도 한국 대표팀 16강 진출을 축하하는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코리아타운 플라자를 찾은 백인 시오 린더(20대)는 “이렇게 포르투갈팀을 이긴 한국팀이 대단하다. 한 골 더 넣었으면 더 좋았겠다. 한국팀이 ‘언더독’이라는 소리는 들었지만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LA한인타운서 카페 입체(IPTCHE)를 운영하는 전경미씨는 “점심시간이 지나서까지 타인종 손님들이 ‘코리아 윈!’이라며 같이 축하해줘서 기분이 좋다. 예상하지 못한 장면과 기적을 보여주는 월드컵이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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