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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han Park 기자의 시사분석] 에드 버크 시의원과 시카고 정치

박춘호

박춘호

에드 버크 시의원이 처음 시카고 시의원에 당선된 것은 53년 전인 지난 1969년이다. 이후 버크 시의원은 단 한번도 선거에서 지지 않고 내리 14선에 성공하면서 시카고 시의원 사상 최장 재임 정치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그는 또 시의회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재정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재정위원회는 시청이 예산을 쓰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위원회로 쉽게 말해 시의회의 은행 역할을 하는 곳이다. 특히 시카고서 재개발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세제 혜택을 신청하고 승인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재정위원장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이런 의미에서는 실질적으로 시장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하던 버크 시의원은 자신이 공동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이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전방위로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 남부 지역에서 햄버거 패스트푸드점이 재개발을 하는데 자신의 로펌이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손을 썼다는 것이다. 또 구 중앙우체국 재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시청이 지원할 수 있는 각종 혜택을 놓고 재개발 업체와 거래를 주고 받은 내용이 연방 검찰의 도청으로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버크 시의원은 1800만달러의 세금 지원과 1억달러에 달하는 감세 혜택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이를 최대한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이 과정은 또 다른 부패 시의원 대니 솔리스 전 시의원이 도청 장치를 착용하고 버크 시의원과 대화를 나누며 알려지게 됐다.  
 
버크 시의원은 솔리스와의 대화에서 유명한 발언을 남겼다. 그가 “참치를 잡았느냐"고 말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참치는 큰 수익을 의미한다. 업자로부터 큰 이권을 받기로 확답을 받았느냐는 의미다. 또 다른 대화에서는 “아직 현금 수납기가 열리지 않았다"며 업자가 이권을 주지 않았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버크 시의원은 오랜 세월 재임하면서 의미심장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그 중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발언은 시의원직을 어떻게 오랫동안 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그는 “시의원을 벗어나는 방법은 선거에서 지거나 재판에서 패소하거나 죽어 나가는 것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잘못된 정치로 주민들의 비난을 받아 사퇴하거나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시카고 시의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이 세가지 방법이 아니라 재선 출마를 포기하는 것으로 시의원에서 물러나게 돼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8일 마감한 내년 2월 시카고 시의회 선거 후보 신청 마감에서 버크 시의원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아직 시의원측에서는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지만 15선 불출마는 확정됐다. 또 한 명의 유력 시카고 정치인의 퇴장은 이렇게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일리노이 정치는 최근까지 마이클 매디간 전 주 하원 의장과 버크 시의원으로 대표되는 구태 정치인이 장악하다시피 했다. 두 명 모두 전국에서 가장 오랜 시간 주의회 의장직을 역임했거나 시의회 최장 재임 의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그 과정에서 부정과 부패, 편법과 탈법을 자행하면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재판을 앞두고 있어 노회한 일리노이 정치인의 끝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매디간 전 하원 의장은 일리노이주에 전기를 공급하는 컴에드와의 거래를 통해 최측근 인사를 지원하고 컴에드가 원하는 법률을 제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의 주의회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막강한 자금 동원 능력을 통해 우호적인 의원은 확실히 밀어주고 그렇지 않은 의원에게는 경쟁 후보를 지원하면서 권력을 유지해 왔다.
 
내년 2월 시카고 시의원 선거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대거 소개된다. 기존 의원들이 버크 시의원과 마찬가지로 재출마를 포기하거나 은퇴를 선언하면서 물러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카고 시의회가 전면적으로 쇄신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아울러 시장 선거 역시 11명의 후보들이 출마를 하며 새로운 시장이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무엇보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이 주요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들에 대해서 명확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시의회내 진보 성향의 의원들로부터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재선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11명의 후보들이 출마한 시장 선거에서 1차 투표에서 과반수의 득표를 하기란 매우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다 득표자 2명의 후보가 진출하는 2차 투표에서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어떤 두 명이 진출하고 누가 탈락한 후보의 표를 더 많이 확보하느냐에 따라 당선이 확정될 수 있다.  
 
일리노이 로컬 정치는 새로운 변화를 맞을 수 있게 됐다. 기존 의원들이 자의반 타의반 자리를 물러나면서 그 빈 자리를 채울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사실 로컬 정치는 재산세와 판매세 등 주민들의 세금을 결정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복지 서비스 제공 등 실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일리노이 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세금 부담과 재정 악화, 중서부 지역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외부에서의 투자 부족,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악재를 안고 있다. 그만큼 정치인들이 풀어야 하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새로운 정치인들에게 지금까지 있어왔던 구태와 비효율성, 부패를 끊어내고 신뢰를 바라는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다.  
 
 
 

Nathan Par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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