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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호기심, 우리의 강력한 무기

정확히 10년 전이다. ‘타이타닉’ ‘아바타’ 신화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알현’ 한 것은. 그 만남이 특별했던 건, 영상혁명가로 평가받는 그를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창의력의 원천이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이란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캐머런 감독을 만난 건, 영국 런던에서 열린 ‘타이타닉’ 3D 재개봉 행사에서다. 한 기자가 캐머런 감독에게, 필자 역시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위험을 무릅쓰고 심해 탐사를 하는 이유가 뭔가요?” 마침 그는 1인승 잠수정을 타고 가장 깊은 해저인 서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을 탐사하고 온 직후였다. 캐머런 감독은 정색하며, 기자에게 되물었다. “당신은 궁금하지 않나요?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의 가장 깊은 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생명체가 사는지. 난 너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어요.”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필자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했고, 그 여운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에게 호기심이란 단순히 궁금해하는 마음을 넘어, 인간 존재 본연의 속성이자 살아가는 이유였다. 그는 “지금의 나를 만든 8할 이상이 호기심”이라며 “영화를 위해 심해 탐사를 하는 게 아니라, 탐사를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도 했다. 막대한 탐사 비용을 영화 수익으로 충당한다는 뜻이다.
 
캐머런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어릴 때부터 키워온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하고, 끊임없이 샘솟는 호기심을 충족시켜가는 ‘탐험’의 과정이다. 캐나다 시골 마을에서 개구리나 뱀을 채집해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공상과학(SF) 소설을 탐독하고, 하이킹하며 상상을 즐기던 소년은 세계적 감독으로 성장해, 전 세계 관객을 매혹적인 꿈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어비스’에서 파격적인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낸 물기둥 모양 심해생명체는 심해에 대한 오랜 호기심의 산물이었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 미래에서 건너온 로봇을 꿈에서 보고는 상상력을 덧붙여 ‘터미네이터’라는 명작을 만들어냈다.
 
이뿐만 아니다. 심해 난파선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타이타닉’을 만들었고, 이후 10년간 이어진 심해 탐사에서 목격한 심해생물은 ‘아바타’의 열대우림 생명체를 만드는 밑바탕이 됐다.
 
캐머런의 촉수는 ‘병 들어가는 지구가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는 암울한 미래상으로도 뻗어간다. 그런 우려를 작품에 투영시켜 전 지구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푸른 나비족이 사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은 개발 명목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 황폐화해가는 지구에 다름 아니다. 어릴 때 쿠바 미사일 위기의 공포를 뼈저리게 느꼈던 그는 ‘터미네이터’에 핵전쟁으로 폐허가 된 지구의 끔찍한 모습을 담기도 했다.
 
연말 개봉하는 ‘아바타’ 2편의 제목은 ‘아바타 : 물의 길’이다. 나비족에 동화된 주인공 설리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다. 제목만 봐도 캐머런 감독이 어떤 생태학적 메시지를 던질지 상상이 된다. 그는 지난달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2편에선 관객이 멋진 수중 생명체와 함께 헤엄치게 될 것”이라며 “우리의 선택이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초래하는지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경영혁신 전문가 그렉 옴은 의식(Consciousness)·호기심(Curiosity)·창의성(Creativity)·협업(Collaboration) 등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능력을 4C라고 했다. 이 중 으뜸은 호기심일 것이다. 호기심 없이는 의식의 성장도, 창의성과 협업도 생겨날 수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아이들에게 “쓸데없는 소리 말고 공부나 해!”라고 다그치는 어른들에게 ‘아바타’만 보지 말고, 캐머런 감독이 어떻게 자라나 천재 감독이 됐는지 관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그의 말처럼 “호기심은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일테니 말이다.

정현목 / 한국 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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