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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텃세가 더 문제다

텃세는 인간군상의 부정적인 모습 중 대표적인 것이다. 시대와 장소는 물론 심지어는 연령대를 불문하고 인간이 모이는 곳엔 텃세가 존재한다. 종교적 모임에서조차 텃세로 인해 상처 받았다는 지인을 만나볼 정도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조차 텃세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직장은 물론이다. 먼저 온 사람이 뒤에 온 사람에 대해 일종의 군기 잡기나 밀어내기의 형태를 띠는 게 흔한 텃세의 부작용이다.  심할 경우 텃세는 소위 ‘왕따’, 더 심하면 학대로도 이어진다.  물론 텃세, 왕따, 학대가 반드시 서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왕따와 학대는 텃세와 달리 반드시 뒤에 온 사람이 피해자이고 먼저 있던 사람이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텃세를 부리는 직원 때문에 고민을 안고 찾아오는 고용주를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런 직원 때문에 새로 들어오는 직원들이 못 견디고 나가게 되고 심지어는 왕따 문제로 커져 자칫 직장 내 소송의 빌미도 되기 때문에 고용주들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축구팀에 들어간 아들이 연습이 끝나고 툴툴거렸다. 팀원 한 명이 자기에게 시비를 건다는 거다. 직감적으로 ‘텃세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팀원들도 그러냐고 했더니 유독 한 명만 그런다고 해 다행히 왕따 상황은 아니었다. 텃세는 앞으로 어디를 가나 극복해야 할 과제이니 심하지 않은 이상 스스로 극복할 수 있게 지켜만 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을 봐도 어디를 가나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텃세는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같은 팀이 된 걸 두 팔 벌려 환영해 주는 사람이 많고 나의 맨탈이 어느 정도 강하다면 그런 텃세는 어느 순간 사라진다. 그런데 텃세의 희생자가 어느 시점엔 텃세를 부리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게 슬픈 사실이다. 그래서 자신을 항상 뒤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흔히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추종자들의 ‘트럼피즘’을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인종차별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필자 생각에 트럼피즘은 백인 우월주의에 근거한 인종차별보단 미국식 집단 텃세 (영어표현으로 nativism)의 발현이다. 네이티비즘 문제는 사실 트럼피즘뿐만 아니라 이를 비난하는 민주당과 진보쪽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선거 기간 한인여성후보의 영어발음을 민주당 후보가 비아냥거린 것도 크게 보면 네이티비즘의 한 모습이다.  
 
미국의 역사는 잘 알다시피 이민의 역사이고 먼저 온 이민자그룹에 의한 텃세가 역사 저변에 흐른다. 백인 사이에도 이 텃세는 아주 심했다. 미국에는 17세기와 18세기 영국과 북서유럽에서 온 이민자들이 19세기에 온 아일랜드, 이탈리아, 동유럽 출신 이민자들을 극도로 차별한 흑역사가 있다.  트럼프 지지층의 상당수가 백인인데 지금은 백인이란 하나의 이유로 하나가 되어 배타적 장벽을 같이 쌓고 있지만 이들의 조상들 사이엔 텃새의 가해자와 피해가가 있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19세기 중국인 이민자에 대한 차별은 텃세와 왕따, 학대가 어우러진 삼종세트였다.  리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한 ‘갱스 오브 뉴욕’이란 영화를 보면 네이티비즘에 대해 어느 정도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뉴욕에 먼저 정작한 백인들과 다른 종교,문화를 가진 새 백인 이민자들과의 충돌을 배경으로 한다.  
 
트럼프에 열광하는 지지자 가운데는 흑인, 히스패닉도 있다는 사실이 이 네이티비즘 문제를 설명해 준다.  
 
트럼프를 통해 다시 표면으로 드러난 네이티비즘이 트럼프와 함께 종말을 고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트럼프가 사라져도 강도만 다를 뿐 네이티비즘은 계속될 것이다.  
 
이민자 커뮤니티인 한인사회는 문화, 종교가 다른 이민 후배들에게 배타적 감정으로 텃세를 부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김윤상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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